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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주 80시간 노동?…숨만 쉬면서 ‘바짝 노동’하라고요 [The 5]

등록 2022-12-17 14:00수정 2022-12-17 23:33

[더 파이브: The 5] 근로시간 ‘유연화’의 진짜 의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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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전문가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고 있나요? 아마 상당수 직장인은 주 40시간 일하고 있겠죠. 일이 많으면 ‘주 12시간’까지는 주중 야간·휴일에 연장근로를 할 때도 있을 거고요. 우리 근로기준법이 ‘주 최대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전면 시행된 이 제도가 벌써 갈림길에 섰습니다. 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 최대 80.5시간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한 건데요. 내년 상반기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노동시간 개편안의 내용과 영향을 박태우 사회정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숫자도 많고 내용도 복잡한데요. 근무시간이 늘긴 하는 거죠? 얼마나 늘어나는 건가요?

박태우 기자: 기본적으로 주 40시간 일하는 건 지금과 똑같아요. 주 최대 12시간, 한 달로 따지면 최대 52시간(평균 4.345주×12시간)의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는 것도 같죠. 달라지는 건 한 달 최대 52시간인 연장근로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건데요.

현행 주 단위가 아닌 권고안처럼 월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쓴다고 해볼까요? 한달치 연장근로시간을 특정 주에 몰아서 쓰면 최대 92시간(기본 40시간+연장 52시간)을 일할 수 있어요. 여기서 노동자 건강을 생각해서 근무일과 다음 근무일 사이 11시간은 쉬어야 한다는 제도를 내놔서 계산이 좀 복잡해졌어요.

그래서 계산을 해보면, 24시간 중 11시간을 뺀 13시간만 일을 할 수 있어요. 여기에 4시간마다 30분의 휴게시한을 줘야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11.5시간(=13시간-1시간30분)이 하루 일할 수 있는 최대치에요.

결국 일주일에 6일 근무하면 최대 69시간(=6일×11.5시간), 7일 근무하면 최대 80.5시간(=7일×11.5시간)을 일할 수 있는 거죠. 만약 연장근로시간을 월이 아니라 분기·반기·연 단위로 더 유연하게 관리하면 이런 집중근로를 몇 주, 몇 달씩 해야 할 수도 있고요.

[The 2] 어차피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정해져 있잖아요. 그러면 집중노동을 하고선 나머지 몇 주, 몇 달은 좀 여유 있게 일할 수 있지 않나요?

박태우 기자: 우리 몸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고 회복되지 않아요. 분명 집중근로의 한계치가 있거든요. 고용노동부도 4주 연속 주 64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뇌·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그렇게 길게 일하지 않더라도 ‘벼락치기’ 근무를 하면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많고요.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서 직원이 야근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서 직원이 야근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The 3] 일부 노동자만 영향받는 거 아닌가요? 연구회도 극단적인 집중노동은 매우 예외적일 거라고 설명하는데요.

박태우 기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예외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적이 있어요.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도 인력을 더 뽑지 않고 기존 인력에 연장근로를 더 시키려고 하는 거죠. 그게 비용이 적게 드니까요.

결국 집중노동이 가능해지면 큰 사업장도 이 제도를 많이 쓸 텐데, 중소기업은 어떻겠어요? 벌써 중소기업 HR(인사관리) 실무 담당자 사이에선 “다 죽으란 소리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고강도 집중노동이 가능한 “헬게이트가 열렸다”는 거예요.

[The 4]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노동 인권을 강조하는 유럽연합도 연장근로시간을 최대 1년까지 평균해 관리한다고 하는데요.

박태우 기자: 맞는 말이지만 제도의 맥락이 중요한데요. 유럽연합의 근로시간 지침은 휴식권의 관점에서 마련돼 있어요. 모든 노동자에게 하루 11시간의 연속 휴식과 1주 24시간의 중단 없는 휴식을 보장하고 있죠.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는 일요일엔 무조건 쉬는 게 원칙이에요.

노동시간도 중요한데요. 2020년 기준 한국 노동자들은 1년에 평균 1908시간을 일했거든요.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연장근로 한도가 없는 미국(1767시간)과 비교해도 노동시간이 훨씬 많죠. 아무래도 평균 노동시간이 긴 상황에서 집중노동을 하면 건강에 더 무리가 되겠죠.

[The 5]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온 건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시간 유연화 방식을 정할 때, 노동자가 회사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을까요?

박태우 기자: 그게 걱정인데요. 우리는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하거든요. 노조가 없는 곳에선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대표가 되는데요. 이 근로자대표를 어떻게 뽑을지는 지금 법에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연구회는 ‘부분대표제’를 도입하라고만 권고했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용자가 부서별로 잘게 쪼개 동의를 받는 것도 가능해지거든요. 그러면 노동자들은 쪼개지고 사용자가 쥐락펴락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의 핵심 내용들과 문제점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휘클리 구독신청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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