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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시간, 단순 숫자 아냐…주60시간 일하고 회복만 1년 걸려”

등록 2023-03-23 16:38수정 2023-03-24 00:24

청년유니온에 쏟아진 ‘노동약자’들의 목소리
“주52시간 일해도 회사 종속된 삶”
“취약 노동자가 정책 기준 돼야”
건강 위협·메시지 혼선에 쓴소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인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부 근로시간 69시간 개편안 찬반 설문조사와 공던지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인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부 근로시간 69시간 개편안 찬반 설문조사와 공던지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건강이 안 좋은 동료는 걱정이 한 가득이고 체력이 약한 친구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있다고 합니다.”(39살, 사무직, 30인 미만 사업장)

“지금도 지켜지지 않는 52시간을 넘겨 더 긴 시간을 기업에 허용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런 만행을 허용해주는 꼴입니다.”(30살, 미디어·문화, 30인 미만 사업장)

청년유니온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24일 간담회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은 뒤 받은 글들을 23일 공개했다. 닷새 만에(3월18일~3월22일) 청년 222명이 초과 노동 경험과 노동 시간 개편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다반사” “보통” “습관적”이라고 표현한 한국의 긴 노동시간이 자신의 몸과 삶에 미친 영향을 되짚으며 보낸 의견 속에는 분노와 서글픔이 담겼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별다른 조직적인 홍보를 하지 못했는데 제안을 올리자 작은 사업장, 불안정 청년 노동자들이 많은 의견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우선 현재 40시간제에서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안에서도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비정규직으로 서무 일을 하는 31살 노동자는 “51~52시간 근무 또한 회사에 종속된 삶”이라며 “이렇게 근무를 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의 33살 구직자는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주 60시간을 일하고서 “일을 그만두고 회복하는 데만 1년 걸렸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주 최대 69시간→64시간→60시간으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정책을 보며, “정책은 물수제비가 아닙니다. 일단 던지고 튕기면 가고, 가라앉으면 말고 하는 게 아닙니다”(31살, 구직자)라고 분노하거나, “노동에서 시간은 절대 단순한 숫자를 의미할 수 없다”(23살, 제과사)며 정부가 쉽게 꺼내고 거두는 숫자(노동시간)가 노동자의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려움’도 나타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안이 본래 법 취지대로 ‘가장 취약한 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최저선’이어야 함을 강조한 의견도 눈에 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29살 사무직 노동자는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호소했다. 3교대 근무로 불규칙한 노동시간 경험이 있는 37살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이후 휴식을 취하면 노동으로 인한 대미지가 모두 다 사라질까? 애초에 한 명의 인간에게 그런 대미지는 왜 주는가?”라며 균형 잡힌 노동 시간이 사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임을 분명히 했다.

청년유니온에 의견을 보낸 이들 대부분은 작은 회사에 다니거나 과거 일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였다. 222명 가운데 100인 미만 기업에 다니는 이들이 138명, 구직자·프리랜서가 42명이다. 정부가 ‘엠제트(MZ) 세대의 의견 청취’를 강조하며 연일 현장 노사 간담회를 여는 가운데, 주로 대기업 사무직 청년이나 자체적으로 꾸린 청년 모임에 대상이 쏠린 정부에 아직 제대로 닿지 못한 목소리인 셈이다. 22일까지 청년유니온에 전해진 의견은 24일 간담회와 함께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 전해진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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