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관련 서류와 증빙 자료(표지 사진과 내지 1장)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 42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건설 현장과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200곳을 중심으로 불공정 채용 관련 감독을 벌인다. 노동부가 ‘고용 세습’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발언이 나오자 실체가 불분명한 노조의 불법 행위를 손보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을 열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의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민주노총과 소속 36개 노조, 한국노총과 소속 3개 노조 등 총 42개 노동조합에 대해 4월21일부터 2주간 현장 행정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직접 노조를 찾아 회계자료 보존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이날 애초 회계자료 비치 행정(현장)조사 계획만 발표하려다, 전날 밤 발표자를 권기섭 차관에서 이 장관으로 바꾸고 ‘불공정 채용 근절 계획’도 발표에 포함했다.
노조 회계장부와 관련해 노동부는 지난 2월1일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제출 현황 발표, 미제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현장조사 예고 등 압박의 수위를 높여 왔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등 노조에 대한 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양대 노총은 현장조사를 한다는 이날 정부 발표를 정치적 목적에 따른 ‘보여주기식 발표’로 해석했다. 회계장부 표지와 특정되지 않은 내지 1장만 내면 되는 증빙 자료 제출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라는 본질과 별 관련이 없는 반면, 조사 과정에서 정부와 노조의 충돌 우려는 크기 때문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부의 현장방문에 대해선 정중하게 거부할 계획”이라며 “다만 (정부가) 과도한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행정조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애초 예정에 없던 ‘불공정 채용 근절 추진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연일 ‘노조 고용 세습’에 대한 강경 발언을 하는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지속해서 강조하셨듯 불공정 채용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잘못된 관행이자 청년의 희망과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5월 초 12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 점검·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 세습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날 내놓은 불공정 채용 근절 추진계획은 대통령이 강조한 고용 세습보다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단속’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불공정 채용 집중 점검은 이전에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주기적으로 진행했다”며 “다만 이번에는 건설 현장과 청년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 1200개를 선정해 점검하는 게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강요는 이미 국토교통부와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분이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노동부가 뒤늦게 무엇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인지, 갑작스러운 발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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