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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급식실서 사람보다 큰 솥에 풍덩…동료가 사라졌어요 [영상]

등록 2023-05-02 07:00수정 2023-05-04 01:18

누군가의 폐암으로 지은 밥, 급식실 생존기
아이들 “밥 먹으러 학교 와요” 웃음에 보람
한 조리실무사가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커다란 솥을 청소하고 있다.
한 조리실무사가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커다란 솥을 청소하고 있다.

학교급식 노동자가 폐암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급식실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고달파도 ‘맛있게 잘 먹었다’는 아이들 인사를 들으면 힘이 난다는 급식실 노동자들을 만나봤다.

‘탁탁탁’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와 스테인리스 재질의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몇분 후 물밀 듯 들이닥칠 학생들을 기다리며 음식을 만들어 내는 급식실은 열두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시끄러워지고, 분주해진다.

사람 몸보다 큰 솥에 담긴 음식을 휘젓고 있는 조리실무사.
사람 몸보다 큰 솥에 담긴 음식을 휘젓고 있는 조리실무사.

조리실무사들이 배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을 옮기고 있다.
조리실무사들이 배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을 옮기고 있다.

조리 실무사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바삐 움직인다. 학교급식은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르게 만들어 배식해야 한다. 아이들이 식중독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몇 시간 안에 완전한 ‘압축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점심 배식이 끝나면 잠시 숨 돌린 뒤, 다시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고, 다듬고, 씻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저녁 배식 뒤 청소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이런 하루가 켜켜이 쌓여 몸은 망가진 지 오래다.

ㅅ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3년차 박문경씨(왼쪽 두번째)는 “1분 1초가 중요한 급식소에서는 한 팀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이 학교는 급식 팀워크가 잘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ㅅ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3년차 박문경씨(왼쪽 두번째)는 “1분 1초가 중요한 급식소에서는 한 팀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이 학교는 급식 팀워크가 잘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박승연 피디
그래픽 박승연 피디

그래픽 박승연 피디
그래픽 박승연 피디

ㄱ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사 방미숙씨(맨 오른쪽)는 “큰 솥에 보리차를 끓여 식히는 과정에서 눈앞에서 동료가 그대로 뜨거운 물에 빠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ㄱ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사 방미숙씨(맨 오른쪽)는 “큰 솥에 보리차를 끓여 식히는 과정에서 눈앞에서 동료가 그대로 뜨거운 물에 빠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박승연 피디
그래픽 박승연 피디

조리하다 보면 수많은 재료를 삶고, 볶고, 튀긴다. 기름을 사용해 튀김, 볶음, 구이를 만들 땐 ‘조리흄(cooking fume)’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조리흄은 급식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조리실무사들의 폐암 발병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 환풍기가 잘 돌아가서 나쁜 공기들을 다 뽑아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교육청에서 (점검) 나와서 라이터를 딱 켜고 그분이 ‘하나도 안 빨아들이네’ 하시는 거예요. 그 말에 제가 ‘아니 그럼 내가 이 가스를 다 먹고 있단 말이야? 이 나쁜 공기를’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모델인데 그걸 보고 근무를 했던 것 같아요”

글·사진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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