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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분신 사망에도 노조 때리기만…박근혜 때보다 못한 노-정

등록 2023-05-03 17:37수정 2023-05-04 08:33

노조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양아무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이 숨진 2023년 5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김경호 선임기자
노조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양아무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이 숨진 2023년 5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김경호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기조로 충돌해온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노동절 건설노동자 분신 사태로 더욱 악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노조들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노동계를 고립시키고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정부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없어 노-정 관계는 한층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노조 간부 양아무개(50)씨 분신 사태는 그렇잖아도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민주노총의 투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3일 <한겨레>에 “윤석열 정부 1년이 되면서 여러 부분에서 역행했다. (정권) 퇴진 구호는 시기의 문제였다”며 “조합원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조가 변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5천명 규모의 확대 간부 상경투쟁을 한다. 건설노조는 2일과 3일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박물관 앞에서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와 연맹들도 줄파업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노정 관계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속노조는 오는 31일 선제로 총파업에 나선다. 건설노조는 7월 조합원 10만명이 참여하는 파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7월 총연맹 차원에서 ‘반윤석열 투쟁’ 총파업에 돌입한다. 2주간 산별·의제별 파업과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매일 대규모 거리집회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기존의 노조 배제적 노사 법치주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분신 사태 관련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나 노사 관계 시스템과 관련해 약자 보호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지금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분신해 숨진 건설노동자가 수사 당국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노동개혁 의지만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이뤄진 사무실 압수수색만 13회로 950여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고 이들 중 15명이 구속된 상황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정부·경찰이 노조 활동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내모는 강압수사를 벌여 건설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사태까지 불러왔다”고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정부·경찰이 노조 활동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내모는 강압수사를 벌여 건설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사태까지 불러왔다”고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정은 분신 사태 뒤에도 노조 때리기 방침만 거듭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노조의 고용세습 등을 뿌리 뽑겠다고 발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기득권 수호에만 전념하며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기존의 투쟁 방식과 방향은 국민에게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노정 갈등이 ‘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곧 노정 갈등의 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특히 노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권 퇴진까지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본격적인 노정 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경영학) 교수도 “박근혜 정권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9·15 노사정 대타협 등을 하면서 노조와 대화는 계속 있었다”며 “이번 정부는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노정 관계가 회복의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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