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4명만이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고 5명 중 1명은 휴가를 포기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름휴가 가기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유보한 직장인 61.9%는 ‘경제적 여유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3일 발표한 ‘직장인 1000명 여름휴가 설문’ 결과를 보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43.9%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으로 진행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한 직장인은 19.8%였으며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36.3%였다.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근무,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다고 답한 비율이 낮았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 가운데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33.3%에 그쳤으나 ‘300인 이상 사업장’ 소속인 경우 57.1%가 휴가 계획이 있었다. 다만,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42.9%도 6월 초·중순까지 휴가 계획을 유보하거나 포기했다고 답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직장인 61.9%는 그 사유로 ‘휴가를 갈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바쁜 업무로 휴가 사용 후 업무 과중이 걱정돼’ 휴가 계획이 없다는 경우도 17.8%였다. 연차유급휴가 이외에 여름휴가를 회사로부터 따로 받는 비율도 적었다. 응답자 67.5%는 연차 이외에 별도의 여름휴가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7%만이 여름휴가가 따로 있다고 답했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절반에 가까운 45.1%가 유급 여름휴가가 있다고 응답했다. 임금 수준과 직급이 낮을수록 여름휴가가 없다는 답이 높았다. 여름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으며, 회사 재량에 따라 부여된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비정규직일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조건이 열악할수록 여름휴가는커녕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연차유급휴가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며 “휴식을 위해서도 휴가 사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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