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저지 하나로운동본부 회원들이 9월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KTX와 SRT 통합을 촉구하는 ‘고속철도 통합 촉구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9월1일부터 전라·경전·동해선에 에스알티를 무리하게 투입하며 기존 노선 좌석 수가 크게 줄어 시민 불편과 지역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일부터 서울 수서역을 오가는 에스알티(SRT) 고속열차 노선이 2개에서 5개로 늘어나면서, 부산·신경주·울산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에스알티 경부고속선 좌석이 하루 4100석(주중 기준)씩 줄어든 채 운행되고 있다. 에스알(SR) 보유 열차 수가 부족한 탓에, 노선이 늘어나는 만큼 투입 열차 수를 늘리지 못한 결과다. 철도노조는 여유가 있는 케이티엑스(KTX)를 수서∼부산 노선에 대신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14일부터 ‘수서행 케이티엑스 도입’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한다.
국토부와 에스알티 운영사인 에스알(SR)의 설명을 13일 종합하면, 지난 1일부터 경전선(수서역∼진주역), 동해선(수서역∼포항역), 전라선(수서역∼여수엑스포역)에서 에스알티가 하루 왕복 2회씩 운행되고 있다. 그동안 진주·여수·포항 쪽 주민들은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려 할 때 서울역을 향하는 케이티엑스(KTX)를 탄 뒤 동대구역이나 익산역에서 에스알티로 옮겨 타야 했는데, 신규 노선 도입으로 이런 불편함이 일부 해소됐다.
반면에 부산·울산·신경주 주민들로선 수서역을 오가는 열차가 대폭 줄었다. 에스알이 신규 노선에 투입할 추가 열차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과 함께 탄생한 에스알은 2016년 개통 때부터 보유 차량 중 상당수(현재 32편성 가운데 22편성)를 코레일의 케이티엑스를 리스 형태로 빌려 쓰는 중이다.
열차 수가 제한적인 에스알만을 활용해 노선 확대를 추진한 결과, 에스알티 경부선 열차 운행은 주중(월요일∼목요일) 하루 5회(왕복 40회→35회) 감소했다. 또 주말에는 하루 운행 횟수(왕복 40회)는 유지되지만, 투입되는 열차가 중련편성(두 개의 열차를 연결한 열차)에서 한 개 열차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부선 좌석 수가 하루 4100석(왕복) 줄고, 금요일엔 2460석 감소하게 됐다.
앞서 부산시는 국토부에 여러 차례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부산시 도시철도운영팀장 등은 지난 7월26일 국토부를 방문해 “부산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불편 최소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7일에는 공문을 보내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이고, 수서역을 향하는 에스알티 좌석 점유율이 평일에도 70%를 상회한다”며 “대체 차량을 투입할 경우 시·종점을 수서역으로 하는 케이티엑스 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수서역이 아닌 서울역을 오가는 케이티엑스를 투입(왕복 3회 증편)하기로 했다. 대체 차량을 투입했지만, 수서역으로 가려면 케이티엑스를 탄 뒤 에스알티로 갈아타야 하는 어려움이 이제 부산 시민들에게 일부 넘어간 셈이다. 노조는 정부가 추가 투입하기로 한 케이티엑스 3회를 서울∼부산이 아닌 수서∼부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철도 (경쟁) 체제를 크게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수서발 고속열차 노선 확대 방안을 찾은 것”이라며 “노조는 대체 케이티엑스 차량을 수서∼부산에 투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에스알과 코레일의 운임, 예매 앱, 한국철도공단에 지불하는 선로 사용료 등이 서로 달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내년에 지티엑스(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에이(A) 노선이 개통되면 수서와 평택 사이 선로용량이 한계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조만간 용량이 다 찰 것이 뻔한 선로에 수서∼부산 케이티엑스를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요금과 선로사용료 차이는 애초 정부가 경쟁 체제를 설계하며 차등적으로 정해놓은 것이고, 수서-평택 선로용량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당 구간 선로용량은 모두 184회로 에스알이 60회를 쓰고 있고 124회가 남아 있다. 지티엑스 에이가 개통되더라도 케이티엑스 3회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정부가 경쟁체제를 흔들 수 없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란 게 노조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에 수서행 케이티엑스 도입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준법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자 28∼30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벌여 64.4%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철도노조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 파업에 돌입해도 필수유지인력인 조합원 9300여명은 현장을 지킨다. 노조는 경고성 1차 파업에도 국토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2차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공공성의 역행’ 기획은 한겨레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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