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공영방송 민영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13일 보면, 국회에 제출된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은 모두 4건이다. 이들 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발의된 법안이 처리되려면 소관 상임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첫 단계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가장 최근 발의된 법안은 지난 3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서비스 민영화 금지 및 재공영화 기본법 제정안’이다. 법안은 우선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공공서비스 대상을 △에너지 △수도-하수-하천 △교통 △항공-공항 △교육 △보건의료 △복지 △돌봄 △문화 △정보통신 △주거 △환경 등으로 확대했다. 민영화가 금지되는 공공서비스 영역을 못 박은 셈이다.
다만, 공공부문만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민영화가 가능하다. 이땐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영화 실시계획을 작성해 국무총리 산하로 새로 설립하는 공공서비스위원회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 의결을 거쳐 실시하도록 했다.
제정안에선 민영화의 개념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통적 민영화 형태인 지분 매각뿐만 아니라 시장개방 및 경쟁체제 도입, 민간 투자·위탁 등도 민영화라고 본다. 이는 ‘위장된 민영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일례로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노동계에선 이 법안이 공공서비스를 산업으로 규정, 산업 활성화 명분 아래 공공영역을 시장화할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의료 민영화법’이라고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3건의 민영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의 ‘1호 법안’은 민영화 방지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수립할 때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사전 보고하도록 하고,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주식을 매각할 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김회재 의원의 개정안도 공공기관이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 또는 주무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되, 처분하려는 자산 가액이 150억원 이상이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동의까지 받도록 했다. 이른바 ‘와이티엔(YTN) 민영화 방지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인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의 와이티엔 지분 총 30.95%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개정안에선 국회 동의 없이 지분 매각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5월 이수진 의원이 낸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민영화 대상기업에서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를 삭제했다. 국가 기간산업에서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다만 이 개정안으론 현재 광범위하고 위장된 형태로 진행되는 민영화를 제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성의 역행’ 기획은 한겨레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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