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개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전시된 사진들을 관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실제 자신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청 사용자 등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하기 힘들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손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 쟁의행위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사용자 쪽의 손해배상 청구도 어느 정도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2조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도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노조법상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본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 노동시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수준의 원청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한해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해야 할 수 있다. 그간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에 직접 고용되지 않았단 이유로 실제로는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도 원청과 교섭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부당한 상황에 대해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대화로 해결하는 건강한 노사관계’를 진정 원한다면 해답은 노란봉투법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 탄압용으로 악용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앞으론 한층 신중해질 수 있다. 개정된 노조법 3조는 사용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걸 때 대상자의 책임을 구분해 액수를 특정하도록 한다. 지난해 8월 파업을 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5명한테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470억원 손배 소송을 냈는데, 앞으론 5명의 서로 다른 책임을 물어 개별 액수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날 “노란봉투법 통과를 계기로 한화오션은 오직 노동자 탄압이 목적인 470억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개정으로 비로소 노동조합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했다.
반면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억울한 불법자’만 양산하고 국민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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