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노조 회계 공시를 사실상 강제한 정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국노총은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적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규탄, 월권적 노조운영 개입 및 노조탄압 중단 촉구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세액 공제를 볼모로 국가가 개입하여 공시시스템을 통한 결산결과 공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어, 헌법상 단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미 조합원에게 공시하고 있는 노조 회계를 시스템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를 포함한 전 국민에게 공시하도록 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절차와 내용 면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일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와 그 상급단체가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낸 조합비를 세액공제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노조법,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총연합단체(한국노총, 민주노총)와 산업별 노조, 사업장 지회·지부(1천명 이상일 경우)가 모두 정부 시스템에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받는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간 정부의 회계 공시 압박이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반발해온 양대 노총은 당장 조합원에 닥칠 불이익을 고려해 우선 정부 방침을 수용했다. 다만 양대 노총은 이와 별개로 법적 투쟁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이날 한국노총의 헌법소원은 그 연장선이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부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행령의 상위법인 노조법과 소득세법에서 위임한 바 없는 사항을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규정했다”며 “위임입법 한계를 일탈한 위헌적 행정입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만 한정해도 약 250만명 조합원의 세액공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번 개정은 국회 논의 없이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을 바꿔 이뤄졌다. 노조법 등 상위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은 내용을 행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공시 의무는 노동조합에 지우면서, 이로 인한 불이익은 개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내용 상의 문제도 있다는 게 한국노총 쪽 주장이다. 문 부원장은 “(노조가 회계 공시를) 불이행할 경우 의무이행의 주체도 아닌 조합원에게 세액공제 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라고 했다.
양대 노총 가운데 한 곳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에 응한 민주노총 결정에 대한 내부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집행부를 향해 “노조회계 공시 결정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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