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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여론 압박·정부 강경대응에 ‘휘청’

등록 2006-07-21 19:43

현안 타결 어렵자 결속력도 금 가
포항건설노조 백기투항 왜?

지난 13일 포스코 본사 건물을 기습점거한 뒤 여러차례의 경찰진입에도 강력히 저항하며 끈질기게 버텨온 포항건설노조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9일 만에 백기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노조 내부의 결속력 약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농성에 참가했던 고참 조합원 ㄱ(40)씨는 “지도부는 이번 농성을 통해 토요유급휴무제와 1일 8시간 노동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조합원은 그걸 따라갈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하는 현장이 다양하고, 기술력·작업여건 등이 서로 달라 노조원들의 의식수준이 천차만별인데다, 점거농성이 다소 우발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오랜 농성에서 오는 피로감, 불법점거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 정부의 잇따른 강경대응 선언 등도 노조원들을 압박했다.

노조원들은 애초 사용자인 전문건설업체가 아닌 공사 발주처인 포스코를 상대로 싸우면 토요휴무제 같은 현안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결속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자 노조 내부에서는 “이번 농성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는 회의론이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조합원 이탈이라는 통제불능의 상태로 이어졌다.

특히 농성의 불법성과 포항 지역경제 위축을 비난하는 여론의 십자포화는 노조의 기를 꺾은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일부 언론이 이번 사태가 빚어진 근본원인인 비정규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점거의 불법폭력성을 부각시킨 것도 노조를 부담스럽게 했다. 이에 힘입어 회사 쪽은 지난 18일부터 전기공급을 차단했으며 식량공급마저 끊겼다. 결국 노조원들은 회사 쪽의 단전 조처 사흘 만에 불안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투항’을 선택한 것이다.

농성이 아무런 성과 없이 와해되고 지도부가 대거 경찰에 검거돼 노조 쪽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게다가 포스코 쪽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 중이어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성 와해 과정에서 상당수 노조원들은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와 혼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노조의 정상화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계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동운동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항/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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