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대책 마련…노동자 인정여부는 장기과제로
정부는 보험설계사에게 목표를 강요하거나 골프장 경기보조원에게 새벽·심야 출퇴근을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제하는 등 ‘특수고용직’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을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는 문제는 ‘장기 검토’ 과제로 미루기로 해, 이들에게 노동삼권 보장을 요구해 온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모인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대책추진위원회’는 이렇게 의견을 모으고 이르면 다음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위원회 관계자가 12일 밝혔다.
90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 가운데 이번 보호대책의 적용대상은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 기사 등 네 가지 업종 33만5천여명이다. 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보호대책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정부의 보호대책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업체 사이 계약을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약관법 등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업체의 거래상 지위남용이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서면계약을 하도록 하고, 이를 약관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는 △보험설계사의 목표 강요, 자기 계약 △학습지 교사의 강제 출근 및 교육비 대납 요구 △레미콘 기사의 대금 지급 연기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출전 제약이나 새벽·심야 출퇴근 강요 등 불이익 제공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모성보호 제도나 직장내 성희롱 대책 등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호 대책에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의 방안은 이들을 모두 독립 사업자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을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문제는 법리적 문제와 현실의 노사관계 등을 두루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을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처간 이견이 큰데다 노사정 논의가 지지부진해 어쩔 수 없다”며 “우선 당장 시급한 보호대책부터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원장은 “정부 대책은 오히려 특수고용직이 사업자라는 인식만 강화시킬 뿐”이라며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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