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판결
하청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라도 원청업체에서 작업 전반을 지휘·감독하고 노동조건을 결정했다면 원청업체를 실제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법원의 1심 판결에 이어 2심에서도 인정됐다. 이에 따라 이 판결을 계기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을 직간접으로 침해해 온 원청업체들의 규제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특별5부(재판장 조용호)는 11일 현대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 노동행위 구제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의 이행 의무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근무시간 배정, 노무제공 형태 및 방법, 작업환경 등을 결정하고 있었고, 작업 전반을 지휘 감독해 근로계약서상의 사용자인 하청업체와 같은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따라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 정하는 지배·개입의 주체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2003년 8월 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이에 일부 하청업체에서는 폐업할 뜻을 내비치며 조합원들에게 노조활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 실제 2003년 말 신분이 공개된 노조 임원과 조합원들은 하청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이어 이 하청업체들은 자진해 폐업했다. 하지만 새로 설립된 하청업체들은 노조원을 뺀 노동자 대부분을 다시 고용해 이전 업체들과 똑같은 일을 계속했다.
이에 해고된 노조원들은 중노위에 부당해고 및 부당 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을 냈으며, 중노위는 노조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대중공업에 ‘구제’를 명령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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