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가 사용자” 첫 항소심 판결
하청노동자들 소송 잇따를듯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로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원청업체(현대중공업)도 해당된다고 본 서울고법의 11일 판결은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고용주)가 누구인가를 둘러싼 분쟁·논란을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의 노조 활동에 원청업체가 간여해 조합원 탈퇴 작업, 계약해지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대부분의 경우 원청업체는 처벌이 사실상 어려웠다. 원청업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상의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수근 한양대 교수(법학)는 “실질적인 권한 행사 여부로 사용자를 판단하는 게 학계의 정설이며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법원 판결은 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광주시청과 울산과학대의 청소용역 노동자, 롯데호텔 룸메이드 등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잇따라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원청업체·기관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해왔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하청노조를 없애려 원청업체들이 도급계약을 해지한 사건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행태를 시정하는데 고법 판결이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도 부쩍 증가할 전망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최근 용역, 아웃소싱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교섭에는 한계가 많아 사실상 노동3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만큼, 노조법에 따라 원청업체도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노총은 고법 판례를 근거로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사용자 지위를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법 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유권해석이라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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