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현실 외면한 채 ‘눈 가리고 아웅’
“별자리를 관측해 항로를 찾던 일인데, 아직 남아 있겠어요?”
2년 이상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할 수 있는 ‘특례대상’을 정하는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확정하면서 취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업무자동화로 이미 사라진 직종까지 포함한 사실(<한겨레> 28일치 13면)에 대해, 노동부가 ‘눈가리고 아웅식’ 해명을 내놓자 한 항공사 직원이 던진 말이다.
노동부는 28일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 “2005년말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항공사는 19명, 항공기관사는 405명이 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항공사’나 ‘항공기관사’의 경우 항공시스템 자동화로 사라진 직종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가 건교부뿐 아니라 실제로 항공사에서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채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노동부의 해명은 현실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92년 대한항공에 항공기관사로 입사한 ㅇ(53)씨는 “항공사는 이전에 항법사로 불리웠던 일”이라며 “별을 관측해 항로를 찾는 것으로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다”고 말했다. 이어 ㅇ씨는 “항공기관사들도 지난해 5월말 보잉 747-300 등 구형 항공기를 전부 내다 팔면서 자격증과는 무관한 다른 업무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항공기관사는 항공기의 엔진 등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는데, 보잉 747 시리즈의 경우, 100~300까지의 기종에서만 이 업무가 필요했다. 현재는 기장과 부기장이 자동화된 시스템하에서 관련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ㅇ씨의 경우도, ‘항공기관사’ 자격증이 쓸모가 없어지자 ‘플라잇 마스터’란 이름으로 항공기의 연료투입이나 청소, 화물운반 등의 현장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자격증 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건교부의 담당 공무원은 “혹시 구소련 항공기를 취급하는 외국항공사가 국내에 들어오겠다고 할지 몰라 폐지를 보류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에는 항공기관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처음부터 없었다. 이미 보도된 내용대로 해당 자격증과 관련한 업무가 항공기 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아예 사라져 버렸음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노동부는 <한겨레>가 아예 취업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으로 지목한 ‘자가용 조종사’(개인용 자가용 비행기 운항자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기간제 특례대상에 항공관련 6개 전문자격이 추가된 보도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에 문의전화를 했던 한 전직 조종사 ㅎ씨(44)는 담당사무관과의 전화녹취록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항공사들이 항공교관이 아닌가요?” “어떤 일들을 하는 분들인가요?” “항공사의 사무장인가요?” “일단 저희는 총망라한다는 의미에서 빠뜨리지않고 기재를 해놔야 되는 것이어서요…” 통화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이 사무관의 답변은 전화를 걸었던 전직 조종사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만 했다고 ㅎ씨는 전해왔다. 이런 실태파악의 미숙함은 결국 엄연한 직업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학교 조교를 기간제 특례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게 했다는 의혹을 일게 만든다.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기간제 특례대상을 선정하는 중요한 입법과정에서, 노동부가 좀 더 신중했어야할 일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노동부는 <한겨레>가 아예 취업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으로 지목한 ‘자가용 조종사’(개인용 자가용 비행기 운항자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기간제 특례대상에 항공관련 6개 전문자격이 추가된 보도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에 문의전화를 했던 한 전직 조종사 ㅎ씨(44)는 담당사무관과의 전화녹취록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항공사들이 항공교관이 아닌가요?” “어떤 일들을 하는 분들인가요?” “항공사의 사무장인가요?” “일단 저희는 총망라한다는 의미에서 빠뜨리지않고 기재를 해놔야 되는 것이어서요…” 통화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이 사무관의 답변은 전화를 걸었던 전직 조종사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만 했다고 ㅎ씨는 전해왔다. 이런 실태파악의 미숙함은 결국 엄연한 직업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학교 조교를 기간제 특례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게 했다는 의혹을 일게 만든다.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기간제 특례대상을 선정하는 중요한 입법과정에서, 노동부가 좀 더 신중했어야할 일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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