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5개 단체가 12일 오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랜드 평촌아울렛 편법고용 실태
언니 친구 이름표 달고 근무·급여도 타인 통장에
‘백지 계약서’ 쓰게하는 등 계약직 정규직화 막아 경기 안양 동안구에 사는 21살 금아무개씨. 지난해 4월 뉴코아 정규직 사원 이아무개씨의 추천으로 평촌아울렛 7층에서 계산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금씨는 계약서에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쓰고 서명을 했다. 시간당 급료, 근로시간,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계산대 앞에 선 지 1년. “1년 이상 근무하면 더 이상 채용할 수 없다. 편법이지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을 다시 하자”고 점포 부서장이 제안했다. 금씨는 언니 친구 ‘김은경’씨의 이름을 빌려 다시 계약했다. 이때도 근로조건이 전혀 없는 ‘백지 계약서’에 김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연락처만 적었다. 급여도 김씨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으로 입금됐다. 금씨는 자기 이름 대신 ‘김은경’이라고 쓰인 이름표를 달고 근무했다. 금씨는 김은경씨가 됐다. 한 달여 뒤 평촌아울렛 지부장이 김씨 이름으로 된 계약서 사본을 금씨에게 건넸다. 계약서를 쓸 때는 없던 계약기간이 ‘6월30일’로 적혀 있었다. 지난달 10일 점포 부서장은 금씨에게 “내일 바로 계산원을 용역으로 전환한다. 용역으로 가든가, 아니면 계약이 끝나는 6월30일까지 지하에서 박스정리와 청소를 하라”고 알려 왔다. 6월30일 이후에는 퇴사해야 한다고 했다. 금씨는 시간당 최저임금인 3480원보다 20원 많은 3500원을 받고 일해 왔다. 노동강도가 센 탓에 시간당 100원의 ‘주간촉진채용수당’이 얹혀졌다. 그리고 7월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다. 12일 오전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뉴코아-이랜드 투쟁 지원을 위한 법률단체 연석회의’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은 ‘뉴코아-이랜드 비정규 노동자 탄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랜드그룹이 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뉴코아 아울렛 계산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이미 작성된 계약서를 폐기한 뒤 계약기간이 단축된 근로계약서 작성 △계약기간 변조 △하루 단위 초단기 계약서 작성 등을 해 왔다며 근로계약서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이랜드그룹이 첫 석달 계약 뒤 두번째엔 여섯달만 계약을 해 모두 아홉달 이상은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3·6·9 계약’으로 계약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막아 왔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여연심 변호사는 “금씨처럼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서를 쓰도록 해 여성노동자들이 언니나 친구의 이름을 빌려 계약서를 쓰는 기이한 사태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백지 계약서’ 쓰게하는 등 계약직 정규직화 막아 경기 안양 동안구에 사는 21살 금아무개씨. 지난해 4월 뉴코아 정규직 사원 이아무개씨의 추천으로 평촌아울렛 7층에서 계산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금씨는 계약서에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쓰고 서명을 했다. 시간당 급료, 근로시간,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계산대 앞에 선 지 1년. “1년 이상 근무하면 더 이상 채용할 수 없다. 편법이지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을 다시 하자”고 점포 부서장이 제안했다. 금씨는 언니 친구 ‘김은경’씨의 이름을 빌려 다시 계약했다. 이때도 근로조건이 전혀 없는 ‘백지 계약서’에 김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연락처만 적었다. 급여도 김씨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으로 입금됐다. 금씨는 자기 이름 대신 ‘김은경’이라고 쓰인 이름표를 달고 근무했다. 금씨는 김은경씨가 됐다. 한 달여 뒤 평촌아울렛 지부장이 김씨 이름으로 된 계약서 사본을 금씨에게 건넸다. 계약서를 쓸 때는 없던 계약기간이 ‘6월30일’로 적혀 있었다. 지난달 10일 점포 부서장은 금씨에게 “내일 바로 계산원을 용역으로 전환한다. 용역으로 가든가, 아니면 계약이 끝나는 6월30일까지 지하에서 박스정리와 청소를 하라”고 알려 왔다. 6월30일 이후에는 퇴사해야 한다고 했다. 금씨는 시간당 최저임금인 3480원보다 20원 많은 3500원을 받고 일해 왔다. 노동강도가 센 탓에 시간당 100원의 ‘주간촉진채용수당’이 얹혀졌다. 그리고 7월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다. 12일 오전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뉴코아-이랜드 투쟁 지원을 위한 법률단체 연석회의’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은 ‘뉴코아-이랜드 비정규 노동자 탄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랜드그룹이 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뉴코아 아울렛 계산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이미 작성된 계약서를 폐기한 뒤 계약기간이 단축된 근로계약서 작성 △계약기간 변조 △하루 단위 초단기 계약서 작성 등을 해 왔다며 근로계약서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이랜드그룹이 첫 석달 계약 뒤 두번째엔 여섯달만 계약을 해 모두 아홉달 이상은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3·6·9 계약’으로 계약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막아 왔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여연심 변호사는 “금씨처럼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서를 쓰도록 해 여성노동자들이 언니나 친구의 이름을 빌려 계약서를 쓰는 기이한 사태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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