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코레일(전 철도공사) 사장 / 사진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안전사고 잇따른데 “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만”
‘외주위탁 불법 아니다’
정부 대변…장관과 선그어
“직접 고용, 소송만이 길”
‘외주위탁 불법 아니다’
정부 대변…장관과 선그어
“직접 고용, 소송만이 길”
[홍세화 세상속으로] 노조 ‘퇴진 투표’ 직면한 이철 코레일 사장
이철 코레일(전 철도공사) 사장을 지난 24일 오후 3시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500일을 넘긴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문제, 반년을 넘긴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이 오랜 동안 투쟁을 이어간 것은 그들이 설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쟁을 계속하는 승무원은 물론 소수다. 하지만 그 소수 덕에 다수가 무임승차해 온 것이 민주주의 발전 과정이기도 하다. 이날 승무원들은 서울역 광장 천막에서 22일 동안 계속해온 단식농성을 건강상 이유로 중단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이날 케이티엑스·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를 일으킨 뒤 풀지 못한 이철 사장 퇴진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묘한 대면이었다. 헤아려 보니 33년 전 봄이다. 그는 민청학련의 주모자로 현상수배자였고, 나는 뒤늦게 간 군대의 일등병이었다. 그날 외박 휴가를 받아 모처럼 집에 들어갔는데 곧이어 권총을 든 괴한 세 명이 들이닥쳤다. 나중에 ‘330수사대’ 요원으로 밝혀진 괴한 하나가 “이철이다! 잡아라”고 외쳤고 만삭의 아내는 질겁했다. 나를 군인으로 위장한 이철로 본 것이다. 그 뒤 33년 세월이 흘렀다. 비정규직 문제에서 사기업인 이랜드그룹과 같은 반열에 오른 공기업의 대표인 그를 사회부 기자 초년병의 처지로 만난 것이다.
이 “업무위탁 합법이다”…홍 “외주위탁 불법이다”
[%%TAGSTORY2%%]
대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개의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렸다. 이 사장과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와 새마을호 승무직을 ‘외주위탁’(코레일은 ‘외주위탁’이 아니라 계열사에 ‘업무위탁’을 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다)을 한 근거로 내세우는 “승무원은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서비스업무만을 수행할 뿐”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실상 이 입장은 코레일에게 양보할 수 없는 아킬레스의 건이었다.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담당한다’고 하면 승무원들이 이른바 ‘주변 업무’가 아닌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되어 외주위탁은 불법파견이 되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잇따른데 “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만”
[%%TAGSTORY3%%]
지난 6월13일 경북 청도 근처에서 발생한 차량사고, 7월8일 밀양역에서 열차 문에 승객의 발이 끼인 채 달리는 바람에 승객이 부상한 사고 등 케이티엑스의 잇따른 사고를 치르고서도 코레일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흥미있는 일은 참여정부 아래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곤 했던 수구신문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아주 조용했다는 점이다. 청도 사고에서는 길이 80㎝의 철제 충격완화장치가 끊겨 떨어져 나가며 선로 레일과 자갈에 부딪쳤다. 이 때문에 굉음과 불꽃,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리창에 자갈이 튀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열차는 5분 이상 달렸다. 130km로 달리는 기존선로 였기에 망정이지 300km 달릴때였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시종일관 “정부지침 따를뿐”
[%%TAGSTORY4%%]
이 사장은 시종일관 정부의 공식 입장과 지침을 따를 뿐이라며 정부 뒤에 숨었다. 정부의 공식 입장, 특히 외주위탁이 불법 파견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적법 판정을 내세웠는데, 그 노동부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없었다. 이 사장에게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상수 장관은 노동부 소속이 아니었고 정부에 속하지도 않았다.
<한겨레> 7월25일치 10면에 실린 “이 사장은 사태 악화의 책임을 이상수 장관 탓으로 돌린 뒤 해법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사에 대해 코레일은 25일 “이 사장은 ‘정부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명백한 허위보도”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노조 ‘퇴진 투표’“권리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투표를…”
[%%TAGSTORY5%%]
“여승무원 직접 고용…소송밖에 없다”
[%%TAGSTORY1%%]
이 사장과 코레일은 노동부의 판정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떠받들면서, 이 장관은 마치 노동부나 정부와 무관한 것처럼 간주하고 있었다. 노동부와 정부의 입장 중에서 코레일이 원하는 것만 선택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노동부 장관이 노사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완벽하게 막아버렸다”고 했지만, 나에겐 “승무직 직접고용을 원한다면 소송밖에 길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그가 코레일 사장으로 있는 한 승무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 철도노조의 견해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단식은 끝났지만, KTX여승무원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중
[%%TAGSTORY6%%]
글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동영상 이규호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 KTX 승무원 사태 ‘평행선 달리는 기차’
▶ “우리가 할수 있는 마지막 수단 이것밖에…”
▶ ‘무기계약직’ 덧씌운 정규직화, 차별 여전할듯
동영상 이규호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 KTX 승무원 사태 ‘평행선 달리는 기차’
▶ “우리가 할수 있는 마지막 수단 이것밖에…”
▶ ‘무기계약직’ 덧씌운 정규직화, 차별 여전할듯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