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밤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열린 ‘여성 비정규 4사 공동투쟁 결의대회’에서 기륭전자, 케이티엑스(KTX), 새마을호, 이랜드뉴코아 소속 노동자 등 참가자들이 ‘2007 공장문학의 밤 행사’ 때 시 낭송과 노래를 듣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70%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철폐와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1부 무기력한 비정규직법
① ‘차별 고속도로’ 뚫리다 지난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이제 곧 두 달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입법 취지의 확인이 쉽지 않다. 되레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기업의 생존’을 앞세우는 사용자가 격한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도 법 개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일터에서는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 영원한 차별 속에서 일해야 하는 ‘분리직군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갈등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 ‘차별받는 노동’의 문제점 진단 및 해법을 2부 8차례에 나눠 싣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계기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간접고용’의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첫번째 일은 역시 ‘실태 파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정부’라는 우리 정부는 간접고용 규모에 대한 어림짐작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세탁하는’ 간접고용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간접고용은 외주(아웃소싱), 용역, 사내도급, 파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 사용주가 ‘간접고용’의 장막 뒤로 모습을 감추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노동자에게는 생계조차 잇기 어려운 열악한 근로조건(표2 참조)을 강요하고, 때로는 근로계약을 맺은 업체와 실질 사용주인 원청업체 사이의 거래관계가 깨지면서 ‘고용보장’조차도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간접고용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실태와 부작용 파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정부는 전 국민 대상의 면접조사 방식인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통해 고용 실태를 파악해왔다. 이 조사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만 따질 뿐 간접고용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당연히 ‘대기업 정규직’에서 ‘영세 외주업체의 비정규직’에 이르는 ‘차별의 스펙트럼’도 확인할 수 없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행정기관과 공기업 및 산하기관, 학교 등 공공부문의 간접고용(민간위탁)만큼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정부 어느 조직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다.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 등 ‘통계 밖’ 근로빈곤층의 실태 파악에 정부가 더 이상 미온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한국노동연구원 등 관변 연구기관에서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앞서야 확산일로에 있는 간접고용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통계치를 짜깁기해 추산되는 우리나라의 간접고용 규모는 최소치로 잡아도 160여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은 보고 있다.(표3 참조) 통계청의 가장 최근 조사인 ‘2007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근로형태별)’로 확인되는 파견·용역과 특수고용 노동자만 140만2천여명이다. 여기에 사내하도급업체와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업체 노동자 등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적게는 160만명에서 많게는 200만명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치 577만3천명의 27.7~34.6%에 이르는 규모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노동계가 말하는 비정규직 규모가 각각 570만명과 840만명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이는 비정규 노동에 대한 기준이 다른 탓도 있지만, 간접고용 노동자와 정규직이지만 임시·일용직인 ‘근로빈곤층’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2007 공장문학의 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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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자문위원 명단 정이환 서울산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사회학 박사)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사회학 박사)
임상훈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노사관계학 박사)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경제학 박사)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제학 박사)
① ‘차별 고속도로’ 뚫리다 지난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이제 곧 두 달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입법 취지의 확인이 쉽지 않다. 되레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기업의 생존’을 앞세우는 사용자가 격한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도 법 개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일터에서는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 영원한 차별 속에서 일해야 하는 ‘분리직군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갈등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 ‘차별받는 노동’의 문제점 진단 및 해법을 2부 8차례에 나눠 싣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계기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간접고용’의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첫번째 일은 역시 ‘실태 파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정부’라는 우리 정부는 간접고용 규모에 대한 어림짐작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 1부 무기력한 비정규직법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의 평균임금 비교

■ 기획자문위원 명단 정이환 서울산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사회학 박사)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사회학 박사)
임상훈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노사관계학 박사)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경제학 박사)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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