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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 투쟁현장

등록 2007-12-07 15:42수정 2018-05-11 16:24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거래소 앞에서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이날 만들어진 김치는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등포 노숙인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거래소 앞에서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이날 만들어진 김치는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등포 노숙인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규노조·사우회, 교섭방해·임금착취
의인 찾기힘든 ‘소돔과 고모라’ 온듯
회사쪽 위장도급 계약에도 중노위는 “교섭대상 아니다”
이랜드그룹 홈에버의 40·50대 아줌마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을 때 짓궂게 물었던 질문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하루 8시간씩 꼬박 서서 일해 받는 월 80만원 임금의 용처가 무엇인가였다. 어려운 생계에 보탠다는 당연한 대답과 함께 적지 않은 분이 자녀 사교육비를 들었다. 두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가였다. 고용계약이 해지되기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파업 당사자가 되기는커녕 노조 가입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아줌마 노동자들이었다. 이 질문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계면쩍어 하며 대답을 피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만이 동참했던 그 파업 농성장에서 민주노동당을 찍었다고 대답한 아줌마 노동자는 찾지 못했다. “정작 나에게 일이 닥치니 세상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아요.” 한 노동자가 운을 떼자, 다른 노동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조합 지부의 겨울나기

“살려 주이소, 제발 좀 살려 주이소.”

〈한겨레〉 1면 하단 광고란에 나온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전 문구다. 할머니와 함께 눈물 흘리는 이 후보의 한나라당사 앞에서는 지난 5일 오전 11시 원청업체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나선 지하철 5~8호선 역사의 청소 용역업체 여성노동자들 옆에는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이 섰다. 이들이 든 손팻말 가운데는 “대선후보들이여, 표만 구걸 말고 이랜드·뉴코아·코스콤의 피울음을 느껴라”라는 문구도 있었다. 그 피울음의 외침소리는 경찰의 벽과 확성기 소리에 막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랜드 뉴코아와 함께 비정규 투쟁의 또 하나의 전선으로 자리 매김한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지난 7월4일 기본합의서가 작성되었을 때만 해도 찬 바람이 불고 해를 넘기는 지난한 싸움이 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기본합의서의 내용은 첫째, 노동조합, 비정규 지부, 코스콤은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둘째, 지부 쪽 3인에 대해 대책회의 활동을 인정하며, 셋째, 코스콤과 소속 회사는 조합과 지부, 조합원에게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스콤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파업 농성, 고공 농성, 단식 농성에도 움직이지 않았고 단체교섭 요구에는 용역을 동원해 대응했다. 그런 회사 쪽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중앙노동위원회였다. 코스콤은 비정규지부의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국정감사를 통해 중노위의 판정은 행정지도에 지나지 않아 법적 효과가 없는데도, 서식을 결정문처럼 만들어 사용자가 이를 근거로 삼게 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코스콤 비정규지부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코스콤은 지난 20년 동안 50건의 위장 도급계약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해왔다고. 10년 근속 비정규직 노동자(이 말 자체가 모순이지만)의 한 달 임금이 150만원 정도로 정규직의 3분의 1,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 7월의 비정규직법과 파견노동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앞두고는, 불법도급을 위장하고 차별적 비정규직 채용을 계속하려 또다시 위장도급 계약을 갱신했다. 5월1일자로 증권전산이엔지(ENG) 등 21개 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대신정보기술 등 5개 도급업체와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이 확인했듯이 법적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은 고용의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코스콤은 명백한 사용자이고 직접 교섭 대상자다. 그럼에도 회사 쪽은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약자에겐 무섭기 그지없는 공적 강제력이 회사 쪽에는 이처럼 부드럽고 무기력할 수가 없었다.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무임금, 사쪽의 회유, 손해배상청구 압박으로 어려워지는데 정규직 노조는 이들과 연대하는 대신 사쪽에 교섭을 하지 않도록 했다. 코스콤 임직원들은 사우회를 통해 설립한 용역업체를 이용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중간에서 착취해 수익을 배당받는 행위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자 되세요’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의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소돔과 고모라에 비할 바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비정규지부의 정인열 부지부장은 꼿꼿했고 인간을 믿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인간은 위대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인간이 인간의 본질로서 반항하고 일어섰을 때 그 인간은 한없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힘없는 사람들이 일어섰을 때 가슴이 벅차다.”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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