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산하 지엠대우비정규지회 노조원들(앞줄)과 기륭전자 해고노동자들(두번째 줄)이 17일 서울 용산구 철도웨딩홀에서 열린 ‘비정규 투쟁 사업장 공동 투쟁을 위한 2차 공동 총회’에 참가해, 이날로 파업 300일을 맞은 이랜드·뉴코아 비정규 노조원 등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장기파업 기륭전자·지엠대우 비정규직
장기파업 기륭전자·지엠대우 비정규직
“이제 또 삭발을 합니다. 흔하고 흔한 것이 삭발이고 단식인데 무어 그리 대단할 것입니까? 차라리 총칼을 들고 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버티는 자본의 심장을 후비고 싶지만, 구속에 단식을 하고도 그저 죄 없는 머리칼만 또 자르고 있습니다….”
파업 967일…고공농성…노동자연대 희망 감감
비정규직 고통은 배가 “언제 쳐다봐 줄건가요” 불법 파견에 맞서 싸운 지 967일째인 지난 16일, 금속노조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은 다시 또 삭발하고 단식에 들어갔다.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고를 받았다. 이제 곧 1000일, 그 1000일이 되기 전에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감옥 문처럼 육중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안 기륭전자의 철문 앞, 농성 천막은 지난해 여름 찾았을 때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200명으로 시작한 파업에 남은 조합원은 20명도 안 된다. 머리칼이 잘려나가는 모습에 조합원들은 소리죽여 눈물을 훔쳤고 주위는 처연해졌다. “머리카락이 잘립니다. 우리의 설움이, 저 더러운 자본의 탐욕이 저렇게 싹둑 잘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의 고통이 잘리고, 노동자 농민 민중을 억압하는 저 더러운 것이 뿌리까지 싹둑 잘렸으면 좋겠습니다.”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싸움이 공기업 비정규직의 최장기 투쟁이라면, 기륭전자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최장기 투쟁 현장이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은 17일 파업 투쟁 300일을 맞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랜드 그룹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리겠다”고 호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찾기 어렵다면, 민주노총도 종이호랑이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자본과 정권에게 “강성 노조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고 투자를 못하니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따위의 빌미를 주는 그 ‘강성 노조’의 속살을, 이랜드 투쟁은 아프게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TAGSTORY1%%]
인천 부평구청역 지엠대우 공장 앞에는 또 다른 천막이 있다. 지엠대우 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이다. 지난해 9월2일 비정규 노조를 설립한 지 일주일 만에 여지없이 징계와 해고를 당했다. 지엠대우의 비정규직 230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조직되었으나 지금은 30명 가량만 남았다. 박현상 조직부장은 교통관제 탑에서 65일을 버텼다. 다리를 펴고 잘 수 없는 공간이다. 음식과 배설물은 가는 줄로 연결된 밑의 조합원이 조달하고 처리했다. 지금은 이대우 지회장이 고공농성 48일째이고, 이용우 연대사업부장은 단식 중이다. 한강대교, 마포대교에서도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회사는 움쩍도 하지 않는다. 정규직 노조의 연대 의지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연대 의식을 반영한다면, 지엠대우의 그것은 초라하다. 7년 전 대우차에서 정리해고됐던 1750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 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 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이 복직돼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조차 거의 나서지 않는다. 황호인 비정규 부지회장은 말했다. “정리해고됐던 경험이 움츠러들게 하겠지요. 이젠 나이도 마흔을 넘었고 자식들도 대학 보내야 하고….” 하지만 그들조차 모른 체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연대를 기대할 것인가?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비정규직 고통은 배가 “언제 쳐다봐 줄건가요” 불법 파견에 맞서 싸운 지 967일째인 지난 16일, 금속노조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은 다시 또 삭발하고 단식에 들어갔다.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고를 받았다. 이제 곧 1000일, 그 1000일이 되기 전에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감옥 문처럼 육중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안 기륭전자의 철문 앞, 농성 천막은 지난해 여름 찾았을 때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200명으로 시작한 파업에 남은 조합원은 20명도 안 된다. 머리칼이 잘려나가는 모습에 조합원들은 소리죽여 눈물을 훔쳤고 주위는 처연해졌다. “머리카락이 잘립니다. 우리의 설움이, 저 더러운 자본의 탐욕이 저렇게 싹둑 잘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의 고통이 잘리고, 노동자 농민 민중을 억압하는 저 더러운 것이 뿌리까지 싹둑 잘렸으면 좋겠습니다.”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싸움이 공기업 비정규직의 최장기 투쟁이라면, 기륭전자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최장기 투쟁 현장이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은 17일 파업 투쟁 300일을 맞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랜드 그룹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리겠다”고 호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찾기 어렵다면, 민주노총도 종이호랑이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자본과 정권에게 “강성 노조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고 투자를 못하니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따위의 빌미를 주는 그 ‘강성 노조’의 속살을, 이랜드 투쟁은 아프게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TAGSTORY1%%]
인천 부평구청역 지엠대우 공장 앞에는 또 다른 천막이 있다. 지엠대우 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이다. 지난해 9월2일 비정규 노조를 설립한 지 일주일 만에 여지없이 징계와 해고를 당했다. 지엠대우의 비정규직 230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조직되었으나 지금은 30명 가량만 남았다. 박현상 조직부장은 교통관제 탑에서 65일을 버텼다. 다리를 펴고 잘 수 없는 공간이다. 음식과 배설물은 가는 줄로 연결된 밑의 조합원이 조달하고 처리했다. 지금은 이대우 지회장이 고공농성 48일째이고, 이용우 연대사업부장은 단식 중이다. 한강대교, 마포대교에서도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회사는 움쩍도 하지 않는다. 정규직 노조의 연대 의지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연대 의식을 반영한다면, 지엠대우의 그것은 초라하다. 7년 전 대우차에서 정리해고됐던 1750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 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 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이 복직돼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조차 거의 나서지 않는다. 황호인 비정규 부지회장은 말했다. “정리해고됐던 경험이 움츠러들게 하겠지요. 이젠 나이도 마흔을 넘었고 자식들도 대학 보내야 하고….” 하지만 그들조차 모른 체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연대를 기대할 것인가?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