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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회사, 용역동원 밀어붙여…경찰은 ‘팔짱’

등록 2008-10-15 21:23

기륭전자 직원들과 용역업체 경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년 넘게 농성해 온 컨테이너박스를 지게차로 끌어내고 있다.  진보신당 ‘칼라TV’ 제공
기륭전자 직원들과 용역업체 경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년 넘게 농성해 온 컨테이너박스를 지게차로 끌어내고 있다. 진보신당 ‘칼라TV’ 제공
[현장] 기륭전자 비정규직 농성장 강제철거
‘3년 보금자리’ 컨테이너 버려지고 천막은 산산조각
충돌로 부상자 속출…노조 “방미투쟁 등 싸움 계속”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꿈을 꾸며 3년여 몸을 뉘여 온 컨테이너박스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 구석에 버려졌다. 시민사회단체·네티즌모임이 지지 농성을 벌이던 정문 앞 천막도 산산조각 찢겼다. 농성장 앞 민중미술가들의 작품들은 두 동강이 났다. 굳게 닫혀 있던 회사 철문이 활짝 열렸지만, 검은 옷을 입은 경비원들로 정문엔 다시 ‘철벽’이 세워졌다.

15일 오전 7시께 기륭전자㈜는 직원과 용역 경비원 등 70여명을 동원해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본사 앞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노동자, 시민 10여명이 철거를 막으려 몸싸움을 벌였고,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을 목격한 신현원씨는 “쓰러져 있는 여성 노동자의 머리를 짓밟는 등 1시간 동안 심각한 폭력행위가 난무했는데도 현장에 있던 경찰이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에도 노조원들과 경비원들은 몇 차례 충돌했다.

회사의 농성장 철거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13일 새벽 노사 교섭이 결렬될 때 회사 쪽은 “이번 제안을 안 받아들이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조합원 22명을 자회사에 고용해야 한다’는 노조와 ‘10명만 협력회사에 고용하겠다’는 회사는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배영훈 기륭전자 대표이사는 “25일까지 신대방동 새 사옥으로 이사를 마쳐야 하는데 정문 앞을 막고 있는 농성장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며 “교섭이 결렬되고 금속노조 원정투쟁단이 주거래업체인 미국 시리우스사에 불매운동을 하러 가는 등 이제는 노사 양쪽이 ‘루비콘 강’을 건넌 셈”이라고 말했다. 농성장 철거에 앞서 회사는 이날 새벽 4시부터 대형 컨테이너차량으로 생산기계 설비를 외부로 옮겼다.

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8월 말 구청에서 철거 요청 공문을 받은 뒤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사유지도 아닌, 정문 앞에 설치된 농성장을 강제 철거할 권리가 회사한테 있느냐”고 항의했다. 배 대표이사는 “구청에 서너 차례 요청했는데도 철거하지 않아 회사가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정문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팽개쳐진 노조원들의 농성장 컨테이너박스 벽, “이곳은 우리가 돌아갈 일터, 기륭전자입니다”라고 쓴 문구 아래 화살표는 여전히 회사 정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흥희 조합원은 “우리는 불법 파견·해고, 94일의 단식으로 이미 두 번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세번째 죽음을 각오한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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