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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길을 찾아서] 수포로 돌아간 회사의 노조탈퇴공작 / 이총각

등록 2013-07-08 19:53

1977년 4월 이총각은 동일방직 민주노조의 지부장으로서 노조 기능 복원에 나섰으나 회사 쪽은 남자 조합원들을 앞세워 노조 탈퇴 공작을 시도하며 방해했다. 이에 노조는 노동청과 섬유본조에 이의를 제기한 끝에 탈퇴원서를 냈던 675명 전원을 재가입시켰다. 사진은 그해 6월초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탈퇴 확인 작업의 참관자들로, 왼쪽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담당자, 김인숙 노조 총무부장, 노동청 파견자.
1977년 4월 이총각은 동일방직 민주노조의 지부장으로서 노조 기능 복원에 나섰으나 회사 쪽은 남자 조합원들을 앞세워 노조 탈퇴 공작을 시도하며 방해했다. 이에 노조는 노동청과 섬유본조에 이의를 제기한 끝에 탈퇴원서를 냈던 675명 전원을 재가입시켰다. 사진은 그해 6월초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탈퇴 확인 작업의 참관자들로, 왼쪽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담당자, 김인숙 노조 총무부장, 노동청 파견자.
이총각-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 38
1977년 4월4일 드디어 동일방직 민주노조 이총각 집행부가 출범했다. 지부장 이총각, 부지부장 정의숙·이병국(남), 총무부 부장 김인숙, 차장 최연봉, 조직부 부장 정인자, 차장 유재길, 교육선전부 부장 안순애, 부녀부 부장 최명희, 차장 임재옥, 조사통계부 차장 김진분, 쟁의부 부장 황선의, 회계감사 정영숙·박선자. 그 혹독한 탄압을 이겨내고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아 끝까지 민주노조를 지켜내리라 다짐한 든든한 동지들이었다.

이총각 집행부는 출발부터 시련을 겪어야 했다. 지긋지긋하게 당했던 남자 조합원들의 반조직 행위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강건했으며 회사와 동맹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부장 선거에서 떨어진 문명순의 주도 아래 남자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벌인 ‘노조 탈퇴 서명운동’은 지부장 선출이 끝난 당일부터 시작되었다. 남자 조합원들과 담임·반장·조장 등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 원서를 들이밀고 서명을 강요했다. 어떤 부서에서는 흰 종이에 부서원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옆에 지장을 찍으라고 했다. 뭐가 뭔지 모르고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알고도 회사 눈치 때문에 거부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았다.

이렇게 강요된 탈퇴 원서에 전체 조합원 1273명 가운데 675명이 서명하는 결과가 나왔다. 남자 조합원들은 서명자가 전체의 반을 넘는다며 섬유노동조합본부(섬유본조)와 노동청에 탈퇴 승인을 요청했다. 수습대의원대회를 공식 인정했던 노동청과 섬유본조는 유니언숍 제도에서는 유례가 없는 노조 탈퇴 원서를 접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사 쪽에서는 조합비를 월급에서 일괄 공제하던 방식을 바꿔 탈퇴자에게서는 조합비를 공제하지 않음으로써, 이총각 집행부는 운영에 필요한 조합비 수입마저 감소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총각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들은 관계기관과 섬유본조를 찾아가 조합원 탈퇴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현 집행부를 지지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총각은 뻔히 보이는 어이없는 상황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동을 일삼는 그들이 너무도 황당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탈퇴에 서명한 것이 아니므로 탈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탈퇴자 본인이 지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정식 탈퇴 절차를 밟도록 공고문을 붙였다. 하지만 남자 조합원들은 이미 노조를 탈퇴했기 때문에 그런 공고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아예 응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조에 제출한 675명의 탈퇴원서는 명단이 중복되거나 불분명한 사례가 있는 등 어차피 인정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있었다. 이총각은 이런 문제들과 함께 탈퇴는 지부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한 것임을 주장하며 노동청과 본조에 정식으로 탈퇴 확인 작업을 진행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합법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노동청과 본조는 지부 2명, 본조 2명, 경기도청 1명 등 5명의 입회자가 참관한 가운데 지부 사무실에서 확인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약 확인을 하지 않을 때는 탈퇴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도록 공지했다. 그러자 회사는 공장장 윤여경의 명의로 탈퇴자들이 확인 작업에 응해줄 것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공고문에서 제시한 6월2일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탈퇴 확인 기간 동안 지부 사무실에 와서 탈퇴를 확인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에 노조는 6월6일자로 675명 전원을 재가입 형식으로 처리했다.

이로써 이총각 집행부의 출발에 재를 뿌렸던 조합원 탈퇴 사건은 실패로 돌아가고 노조는 조금씩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7월18일 회사와 단체협약 갱신 협상에서는 노조의 요구대로 ‘종업원은 회사에 입사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조합원이 된다’는 조항에 ‘탈퇴할 수 없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어려운 결심 끝에 지부장 자리를 받아들인 이총각에게 조합원 탈퇴 사건은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한 고마운 학습이 되었다. 우선 간부들이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찾았고, 노동사목 이경심과 조화순 목사, 방용석 원풍모방 지부장 등은 총각에게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수습대의원대회 당일에 납치당했으나 용케 빠져나와 대회를 가능하게 했던 이광환 수습책임위원과 이원보 섬유노조 기획조사통계부장 등의 도움도 컸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조합원들은 그의 든든한 ‘빽’이었다.

이총각 구술

구술정리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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