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4월26일 이총각을 비롯한 동일방직 민주노조 해고노동자 70명은 이른 아침 회사 정문을 기습통과해 작업현장으로 들어가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도했으나 경찰기동대에 끌려나왔다. 사진은 앞서 2월21일 ‘똥물투척 사건’ 때 경찰기동대가 담당 최아무개 형사(왼쪽)와 함께 출동하는 모습으로, 이후 경찰은 동일방직 입구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동일방직 노동조합 운동사> 중에서
이총각-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 55
1978년 4월1일 동일방직 민주노조 이총각 집행부에서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투쟁하다가 해고당한 용감한 노동자 124명의 이름을 불러본다.
‘고경자, 강정자, 강동례, 강정자, 김옥섭, 권분란, 구순덕, 김영숙, 김경수, 김미란, 김영순, 김경숙, 강경단, 구예금, 권춘순, 김수자, 김명자, 고애순, 김선자, 계현순, 강명순, 김예순, 권용순, 김유숙, 정명자, 김유자, 공인숙, 김용자, 김기욱, 김인숙, 김민심, 김연심, 김성욱, 김정희, 김영희, 나안자, 문현란, 문형순, 문영자, 문원자, 문정희, 박경희, 박영숙, 박순복, 박양순, 박인숙, 박현자, 박희옥, 변현순, 백강자, 박부순, 박청근, 박상순, 박성자, 박영숙, 박상숙, 손숙자, 송금순, 석정남, 서귀남, 심현례, 신상미, 송광순, 송옥희, 양미순, 윤춘자, 안춘화, 이금옥, 안동순, 유영자, 이귀례, 유경숙, 이태순, 이춘근, 임재옥, 오청자, 이향자, 이응님, 이은옥, 유순례, 윤춘분, 이금옥, 양영자, 안순옥, 이순옥, 안순애, 이상금, 이송자, 이월남, 이순자, 이영자, 이덕순, 이총각, 이병국(남), 이경숙, 정방림, 조봉화, 정만례, 장영화, 조효순, 전창순, 정인순, 전순자, 주옥자, 전진숙, 전외자, 조재순, 정유심, 조경숙, 진성미, 정춘례, 조미재, 정의숙, 정선희, 추송자, 최연봉, 채인애, 천옥란, 최송임, 최인자, 최명희, 한수자, 황영희, 송경옥, 황정옥, 홍기숙’(자진퇴사 형식 2명 포함)
이총각은 깊숙이 묻어뒀던 소중한 보물을 꺼내듯, 가끔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 따뜻한 햇볕에 뽀송뽀송 말려보곤 한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
그해 4월27일 드디어 동일방직 새 노조에서 그들만의 대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이 조합원 7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대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강제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후보들 대부분이 반장이나 조장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해고자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많이 남아 있었지만 정의가 얼어붙고 폭력과 협박만이 판치는 분위기에서 선뜻 누구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해고자들은 4월1일 이후 회사를 상대로 직접 부딪치는 상황은 만들지 않고 있었다. 124명 무더기 해고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그래도 복직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무기력한 기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의원 선거 전에 다시 한번 회사와 직접 부딪쳐 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모아지자 해고자들이 모여 있던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산선)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4월25일 저녁 흩어져 있던 해고자들을 최대한 다시 모았다. 그렇게 모인 70명은 14명씩 다섯 조로 나뉘어 조별로 만석동·화수동·송현동 등지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사전에 발각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화수동성당에서 묵었던 총각은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부장으로서 목숨 걸고 지켜내야 할 노동조합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자책감에 지난 한달 내내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 총각은 사생결단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시간 됐어. 모두 일어나!” 4월26일 새벽 5시 정각, 동일방직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정확히 지켜졌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70명의 해고자들은 경비실 뒤 담벼락에 붙어 새벽 출근조를 위해 경비가 문을 열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그때 경비가 남은 잠을 쫓느라 길게 하품을 하며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달려라!” 잠시 숨쉴 틈도 없이 70명은 득달같이 공장 안 작업현장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퇴근시간을 재며 시계를 보고 있던 조합원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몇몇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손을 잡아주며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해고자들만큼이나 복직을 애타게 기다리던 동지들이었다. 70명
은 기계와 기계 사이로 들어가 드러눕거나 기계를 붙들고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벨이 울리고 경고방송이 나왔다. 그리고 오전 7시가 지나자 남자들이 몰려들어왔다. 하지만 악에 받칠 대로 받친 해고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회사는 결국 일하던 사람들을 모두 퇴근시킨 뒤 경찰기동대를 투입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70명은 고스란히 경찰서 보호실에 갇혀버렸다. 이 사건으로 이총각과 총무 김인숙은 구속·수감되었고, 김민심·김연심·석정남·임재옥·정의숙·최명희·최연봉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총각 구술
구술정리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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