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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길을 찾아서] 이총각 구속에도 임시노조 구성해 복직투쟁 / 이총각

등록 2013-08-01 19:25

1978년 4월26일 작업현장 기습농성을 시도하다 이총각 지부장과 김인숙 총무가 구속당하자 동일방직 민주노조 해고노동자들은 추송례 지부장 직무대리 등으로 임시 노조지부를 구성해 복직 투쟁을 계속해 나갔다. 사진은 그 무렵 공장 안에서 투쟁하던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응원하고자 동일방직 정문 앞에 모인 다른 회사 노동자들과 가족들.
1978년 4월26일 작업현장 기습농성을 시도하다 이총각 지부장과 김인숙 총무가 구속당하자 동일방직 민주노조 해고노동자들은 추송례 지부장 직무대리 등으로 임시 노조지부를 구성해 복직 투쟁을 계속해 나갔다. 사진은 그 무렵 공장 안에서 투쟁하던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응원하고자 동일방직 정문 앞에 모인 다른 회사 노동자들과 가족들.
이총각-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 56
1978년 4월27일 이총각 집행부를 내쫓은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대의원선거를 다시 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기권했고 무효표도 많았지만 선거는 사전에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됐다. 그 뒤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박복례를 지부장으로, 김인태를 부지부장으로, 사무장으로는 지철기를 선출하고 다시 어용노조의 길로 들어섰다. 박복례 집행부는 예상대로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들로 구성됐다.

전날인 4월26일 해고 조합원들을 이끌고 작업현장 진입 농성을 시도했다가 구속된 이총각 지부장과 김인숙 총무의 죄목은 주거침입에 업무방해와 집단폭행이었다.

그날 현장에 쳐들어간 조합원 70명이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데, 노무과장 최병렬이 나타나더니 “끌려 나가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나가는 게 좋을걸?” 하면서 팔짱을 끼고 느물대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총각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벌떼처럼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동안 그에게 쌓였던 증오심이 폭발한 나머지 때리고 꼬집고 잡아뜯어 그의 러닝셔츠가 찢어지고 기름 낀 뱃살이 드러났다. 이후 그가 경찰서로 들고 온 찢어진 셔츠는 이총각을 가두는 증거물이 되었다.

그렇게 해고자들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사전에 연락을 받은 다른 회사 노동자들, 단체 활동가들, 종교인 등등은 동일방직 정문 앞에 몰려와 격려하고 지지했다. 동일방직 노조에 대한 탄압은 일개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었고, 이는 박정희 정권이 장기독재에 위협이 되는 민주노조들을 깨려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에 다른 노조들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노동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컸으므로 정문 앞에 모인 사람들은 동일 해고자들이 어떻게든 현장에서 버텨주길 바랐다. 만약에 해고자들이 끌려 나가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최대한 정문을 막아설 준비 역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고자들은 후문을 통해 인천 동부경찰서로 끌려가버렸다.

지부장이 구속되자 중심을 잃어버린 해고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고자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이후 끊임없는 투쟁을 전개해나가는 데 오히려 기폭제가 되었다. 해고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 앞으로 가서 출근투쟁을 전개해나갔다. 새벽근무조와 야근조 조합원들이 출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눈인사라도 하려는 거였다. 그런 다음 구속자 면회로 하루를 시작하고 동일방직 탄압 사건을 알리는 데 매진했다. 물론 이 사건을 기점으로 결혼을 한다거나 투쟁에 지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는 조합원들도 있었고, 동일 해고자 모임은 여러가지로 전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78년 5월16일 해고자들은 흩어지는 마음을 모으고 복직 투쟁을 좀더 체계적으로 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 건물 안에 임시전국섬유노동조합 동일방직지부를 만들어 조직을 재정비했다. 또 해고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지부장 직무대리에 추송례, 부지부장에 석정남을 선출하고 집행부를 구성했다. 총무부장에 최연봉·조효순, 조직부장 김옥섭·변현순, 교육선전부장 안순애·김용자, 조사통계부 문형순·박현자 등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75년을 전후로 입사한 같은 또래들이었다. 아직 어렸지만, 나서는 데 망설이고 주저하는 고참 선배들보다 패기가 넘쳤고 똑똑했다.

임시노조 집행부는 산선 건물에 ‘동일방직 임시노동조합’이라는 아크릴 간판을 걸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사건 자료와 유인물, 똥물 사건 사진 등을 벽에 게시해놓으니 그동안 당해왔던 일들이 다시 떠오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동일방직 남자 노동자들이 떼로 몰려와서 돌을 던지며 간판을 떼라고 위협을 가하곤 했지만 이제 그런 정도의 협박에 긴장할 해고자들이 아니었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동일방직 해고자들은 당시 모든 수발을 들어준 인천산선의 조화순 목사와 김은혜·황영환·인재근 등 실무자들에게 지금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팬티부터 칫솔까지 수십개씩 마련해놓아 언제든 누구든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해주었다. 끼니때마다 그 밥과 국들을 어찌 다 감당했을지, 불평 한마디 없었던 그들의 도움은 평생 갚아도 부족할 것이다. 임시노조의 활동 개시와 함께 동일방직 해고자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투쟁을 전개해나갔다.

이총각 구술

구술정리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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