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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강사 12년, 연봉 500만원…새 학기에도 출근할 수 있을까

등록 2013-08-08 20:41수정 2013-08-09 17:36

유병제 대구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지난 5월 중순 대구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분자생물학 강의를 하고 있다.(왼쪽) 윤정원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시간강사가 지난 5월 중순 대구대 강의실에서 대구지역 사회복지 문제를 주제로 학생들에게 토론식 강의를 하고 있다. 대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병제 대구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지난 5월 중순 대구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분자생물학 강의를 하고 있다.(왼쪽) 윤정원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시간강사가 지난 5월 중순 대구대 강의실에서 대구지역 사회복지 문제를 주제로 학생들에게 토론식 강의를 하고 있다. 대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윤정원(54)씨와 유병제(56)씨는 ‘교수님’이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사립대학인 대구대학교의 학생들은 두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둘은 대구대에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과 상담하고 시험 문제를 내고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다. 윤씨는 대구대에서 12년 동안 강의를 해왔다. 유씨는 이 대학에서 30년 동안 강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둘의 처지는 너무도 다르다. 전공과 강의시간 등이 달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윤씨는 연봉이 500만원가량이고 유씨는 7000만원쯤 된다. 윤씨는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시간강사이고, 유씨는 이 대학 생명과학과 전임 교수다.

윤씨는 월급 얘기만 나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시간당 6만원 남짓 받는다. 일주일에 3시간 강의하므로 18만원, 한달이면 70만원 조금 넘는다. 시간강사들은 방학 때 수입이 없으므로 여름·겨울방학 4개월을 뺀 윤씨의 연봉은 대략 500만원쯤 된다. 책값, 자료 복사비 등 강의 준비, 강의, 시험 문제 출제와 채점, 과제물 평가, 교통비, 밥값 등 윤씨가 1년 동안 강의에 관련해 쏟는 노동에 대한 대가다. 윤씨 동료들은 보통 1주일에 6~10시간 수업을 한다. 이들의 수입은 한해 1000만~1200만원 수준이다.

“시간강사 수당을 받아서 교통비로 쓰면 남는 게 없습니다. 다른 동료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부인이 생계를 꾸려갑니다.” 윤씨 부인도 미용실을 운영한다. 그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연봉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성도 하늘과 땅 차이다. 유씨는 학기마다 해당 과에서 강의를 맡는 등 교수 신분을 보장받지만, 윤씨는 방학이 시작되는 7월 초순과 1월 초순에 학과 사무실에서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맡아달라’는 전화가 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실업자가 된다.

윤 교수 수당 ‘시간당 6만원’
생계는 부인 몫이다
다음 학기도 강의 맡겨줄까?
방학 즈음엔 실직 걱정
정규직 꿈은 진즉 포기했다

유 교수는 정규직이지만
강사 부당대우에 화가 난다
“정부·대학이 해결을 안해요
그러니 누가 강사 합니까
후학 없인 교육도 발전 없어요”

유씨는 시간강사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도 10년 넘게 시간강사를 하는 요즘과 달리, 자신은 비교적 순조롭게 교수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1981년 서울대 대학원 동물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83년 대구대에 전임 강사로 자리잡았다. 80년대엔 지금보다 교수 임용 경쟁이 덜했고 전공이 전문성 있는 이과 쪽이어서 유리했다. 교수가 된 뒤 87년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많은 정규직 교수들이 일정 기간 시간강사 생활을 거친다. 그들은 시간강사들의 애환과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정규직 교수로 임용되는 순간 모든 걸 묻어두려 한다. 유씨는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했다. 교수들은 ‘시간강사는 어쩔 수 없는 대학 경영 문제이지 않느냐’며 피해나간다. 대구대뿐 아니라 전국 대학들에서 사정이 비슷하다. “정부와 대학, 전임 교수들은 시간강사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시간강사들이 때때로 처우 개선을 내걸고 파업을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조차 않지요. 그래서 시간강사들의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전망조차 안 보입니다.” 유씨의 말이다.

시간강사들은 그래도 언젠가 정규직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윤씨는 이런 꿈을 접은 지 오래됐다. “처음에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포기했습니다.” 그는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졸업하고 대구대와 숭실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 2001년부터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 정규직 교수 임용 경쟁률은 10 대 1을 웃돕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 등을 전공한 시간강사들은 그나마 기업이나 연구소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한 시간강사들은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어요.”

윤씨는 5년 전부터 비정규교수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나 대학들이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고 관심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만났지만 야속하고 섭섭할 때가 잦았다고 했다. “진보적인 주장을 펴는 단체나 교수, 정치인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들마저 시간강사 문제는 외면하더군요.”

2010년, 한국비정규교수 노조 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윤씨는 유씨를 만났다. 유씨는 당시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이었다. “처음에는 노조 일로 만났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강사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려고 했어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지금은 비정규교수 노조의 ‘시간강사법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씨와, 교수노조 위원장을 맡은 유씨는 3년 넘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유씨는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갑을 관계’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시간강사 문제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강사들은 철저하게 을 신세입니다. 이들은 언제 강의가 없어질지 몰라 대학 당국과 전임 교수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강의가 없어지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는 “대학이 시간강사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유씨는 걱정거리가 생기더니 요즘 점점 커진다고 했다. 박사 과정을 밟으려는 젊은층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단에 서봐야 연봉 1000만원 남짓 받는데 누가 이 길을 가려고 하겠습니까?” 그는 후학이 없어 ‘학문 단절’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학과에서 교수들이 학회 참석 등으로 강의 시간을 비워야 할 때 대신해줄 시간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도 꽤 있다고 했다. 유씨는 “정부와 대학 당국이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등교육의 발전도 없고,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곧 윤씨를 만나 대학 안에서 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윤씨는 8일 “돈이 들어가는 시간강사 수당 인상 문제는 당장은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시간강사의 호칭이나 휴게공간 문제 등은 방안이 있을 것 같다. 작은 문제부터라도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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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 짚은 ‘시간강사 보호법’

정규직 평균연봉의 10분의1
수입·강의 횟수 늘린다지만
그만큼 잘리는 사람 나와야

4년제 대학교와 2년제 전문대 등 우리나라 대학 331곳에서 근무하는 전임 교원은 7만5000여명이고 시간강사는 7만8000여명이다.

8일 교육부 집계를 보면, 시간강사들의 1주일 강의시간은 3∼6시간(63.6%)이 가장 많았다. 3시간 이하인 시간강사들은 17.7%였고, 7∼9시간 12.5%, 9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경우는 6.2%였다. 시간강사들이 전체 대학 강의의 42%를 맡고 있으며, 시간강사 가운데 52%가 전업강사로 파악된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전했다.

시간강사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교육부가 지난해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게 낸 자료를 보면, 전국 4년제 대학 189곳의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604만원으로 전임교원 평균 연봉 4290만원의 14%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올해 4인 가구의 1년 최저생계비 1848만원(월 154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교육부는 시간강사들의 낮은 임금 문제를 풀겠다며 지난해 1월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수가 아닌 1년 계약직 교원인 강사에게 주당 9시간의 강의를 맡기고 일정액의 수입과 함께 신분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 뼈대다. 한국비정규교수 노조는 현재 시간강사의 평균 강의 시간이 주당 4.5시간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강의 시간을 주당 9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면 강의를 배정받지 못할 강사들이 양산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시간강사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시간강사들의 반발로 내년 1월1일로 시행이 미뤄졌다.

비정규교수 노조는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 7만8000명 가운데 3만명 넘게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도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강사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현재 60%선에 머물고 있는 교수충원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비정규교수 노조 쪽은 주장한다. 윤유영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부산대 시간강사)은 “대학들이 교수충원율을 100%까지 올리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구강의교수는 신분이 보장되는 계약직으로서 1주 9시간을 맡는 시간강사에게 4인 가족 표준생계비인 연봉 3000만원을 주고, 이에 필요한 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대구/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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