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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쌍용차, 님의 약속은…

등록 2013-08-23 20:40수정 2013-08-25 13:21

중구청과 경찰의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철거에 맞서 대항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정우(53) 쌍용차지부장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8월17일과 20일 두번에 걸쳐 만났다. 구치소 내 수감자 접견 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대중 일러스트레이터가 접견을 함께 했고, 기억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림 김대중 mayseoul@naver.com
중구청과 경찰의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철거에 맞서 대항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정우(53) 쌍용차지부장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8월17일과 20일 두번에 걸쳐 만났다. 구치소 내 수감자 접견 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대중 일러스트레이터가 접견을 함께 했고, 기억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림 김대중 mayseoul@naver.com
[토요판] 커버스토리
옥중서 만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취임 6개월’ 대통령에게 국정조사를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서울구치소 수감번호 111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정우입니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하려는 경찰에 맞서다 수감된 지 어느덧 두 달 반이 지났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 구치소에선 새벽녘이면 이불을 서서히 배 위로 당겨 덮을 만큼 쌀쌀합니다. 이곳에서도 시간은 쉬이 흐릅니다. 내일이면 대통령님도 취임 6개월을 맞는다고 하네요.

문득 지난해 이맘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대통령님과 처음으로 직접 마주쳤죠. 님께서는 2012년 8월28일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찾았습니다. 헌화를 하러 간 것이었죠.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간단히 손팻말을 만들어 전태일 열사의 동상으로 뛰어갔습니다. 힘껏 동상 앞으로 뛰어들어가 님의 헌화를 막았습니다. 경호원들이 제 멱살을 잡아당겼지만, 저는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버텼습니다. 결국 님은 헌화를 하지 못했죠.

그때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가 지금 살아있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까요. 우리 옆에 있는 노동자부터 돌아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대통령님, 아시다시피 쌍용차는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단번에 해고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그냥 회사가 어렵다고만 들었습니다. 왜 쫓겨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정리해고에 대항하자 공권력은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 뒤 4년간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4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4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0명은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죽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쌍용차 감사를 담당하는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조작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죠. 대한문 앞에는 분향소가 차려졌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험하지는 않구나, 함께 살 수 있겠구나 희망을 품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대선 기간에 ‘국정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직접 본인의 입으로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당시 대선캠프를 총괄했던 김무성 당시 총괄 선대본부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약속했고,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기대를 합니다. 대통령님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당장 이행하겠다”고 발표하는 모습을, 대한문 앞 분향소에 찾아오셔서 “노동자들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이런 기대가 너무 과한 걸까요.

대통령님은 약속과 원칙,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다시 묻고자 합니다. 대통령님의 약속,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 편지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정우 지부장이 직접 쓴 글과, 기자가 만나 구술받은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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