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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길을 찾아서] ‘민주화의 봄’ 억눌린 노동자들 요구 봇물 / 이총각

등록 2013-09-05 19:20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을 맞아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은 문익환 목사를 위원장으로 민주인사들로 구성된 복직추진위원회를 새로 발족해 대대적인 운동에 나섰으나 복직의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사진은 85년 7월20일 열린 <동일방직 노동조합 운동사> 출판기념회에서 문익환 목사가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을 맞아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은 문익환 목사를 위원장으로 민주인사들로 구성된 복직추진위원회를 새로 발족해 대대적인 운동에 나섰으나 복직의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사진은 85년 7월20일 열린 <동일방직 노동조합 운동사> 출판기념회에서 문익환 목사가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이총각-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 81
1980년 3월 접어들어 민주 인사들의 복권·복직·복교 등이 이뤄지며 ‘민주화의 봄’이 활짝 만개하자,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도 78년 2월 결성한 동일방직사건 긴급대책위원회를 활성화하여 복직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기로 하고 결의문을 작성했다. 이어 3월10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행사에 해고자 20여명이 참석해 결의문을 돌리기로 했다. 그러나 펼침막을 꺼내든 순간 경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이총각을 비롯해 석정남·최연봉·안순애·손숙자·정명자 등이 연행당했다. 이들은 간단한 조사만 받고 이날 저녁 훈방되었다.

이처럼 동일방직의 복직 투쟁은 경찰에 연행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해고자들은 3월13일 영등포 산업선교회에서 긴급대책위를 소집했다. 위원들만이 아니라 해고자도 23명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이날 긴급대책위는 ‘동일방직 해고근로자 복직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민주 인사 50여명으로 실행위원회도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문익환, 부위원장에 공덕귀·김지길·김말룡을 선임했다.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노동청이나 노총에 복직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하며, 행정소송 재판에 인원을 총동원하고, 각 교단에서는 복직 촉구 성명서를 내도록 한다’는 결의사항을 담아 성명서로 발표했다.

이총각을 위원장으로 하는 동일방직 복직투쟁위에서도 동시에 결의문과 성명서를 배포하고 협조 공문을 관계기관에 전달하기로 했다. 복직 투쟁에 관한 실질적인 협의를 위해 문익환·김말룡·김승훈·김봉순·고은·방용석·서경석·안성렬·이창복·인명진·이우정·정양숙·함세웅·황상근·조화순·정명기·김찬국 등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토대로 해고자들은 이틀 뒤 정기모임에서 앞으로의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총각은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복직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솔솔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해고자들은 노총, 노동청, 정당, 신문사, 보사부, 섬유본조, 동일방직 본사 등을 방문하여 결의문과 성명서를 전달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도 동일방직 해고자의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3월25일 오후 2시 부당해고에 대한 행정소송 재판이 열렸다. 방청객을 최대한 많이 동원한다는 계획대로 무려 300여명의 노동자와 학생 등이 참석했고, 휴정시간에는 ‘우리 복직하리라’, ‘노총가’, ‘사노라면’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렇듯 동일방직 해고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지만 복직은 잡힐 듯 말 듯 다가오질 않았다. 이에 해고자들은 4월13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곧 이 결정은 보류됐다.

4월8일부터는 대책위원인 민주 인사들과 함께 명동, 서울역, 광화문, 종로 등 서울 번화가에서 조별로 유인물을 배포했다. 전에 비해 많은 해고자들과 사회 인사들이 참여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4월15일 광화문을 담당했던 해고자 정명자와 기독청년협의회 간사 서경석이 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터졌다. 이에 해고자들은 이런 정도 여론홍보 활동으로는 복직이 요원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좀더 확실한 투쟁 방식을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 무렵 청계피복 노조의 11일간에 걸친 임금인상 투쟁을 비롯해 노동쟁의 발생 건수가 897건에 이르렀고 참가한 노동자의 수도 20만명에 다다랐다. 이는 유신독재 7년 동안의 쟁의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노동자들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정부 개입 없이 노사의 타협으로 분쟁이 조기 타결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는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 경영자들이 이전과는 달리 타협을 하려는 자세를 보인 까닭이었다. 정부도 변화를 보여 4월28일에는 노동청장 정종택이 동일방직 해고자의 복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총각 구술

구술정리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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