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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권익보호 임무 외면하는 ‘고용사용부’

등록 2013-10-25 19:55수정 2013-10-29 12:09

전문가들 ‘전교조 법외노조화’ 비판

근로자 복지후생·노사협력 증진 등
고용부, 설립근거 시행령조차 망각
노조 결성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조직된 단체마저 법 밖으로 내몰아

조계종 “전교조 지위 박탈은 큰 오점”
정부의 노조탄압 정책에 비판 성명
“고용부가 아니라 사용부가 된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화한 뒤 노동계에서 쏟아내는 비판 가운데 하나다. ‘사용부’는 노동계가 1980년대 당시 노동부를 비꼬아 부르던 이름이다.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이번 조처가 노동자의 이익 대변이라는 본분을 잊은 채 벌인 일이라며 ‘고용부 무용론’까지 제기한다. 정부조직법과 함께 고용부 설립의 법적 근거인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령’을 보면, 고용부는 △근로조건의 기준 △근로자 복지후생 △노사관계의 조정 △노사협력의 증진 등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해직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6만명의 단결권을 빼앗았다. 노동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원노조이나 노조법 등 노동삼권을 위협하는 법령 정비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고용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법을 앞세워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것은 고용부의 소임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다. 전교조뿐만 아니라 고용부가 전체 노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에 머물며 노동자 열명 중 아홉명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후진국’에서 고용부가 노조 결성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그나마 잘 조직된 노조를 법 밖으로 쫓아낸 데 대한 비판도 거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의 노조 조직률 9.9%(2011년)는 꼴찌 수준이다.(표 참조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에스토니아(8.1%)·터키(5.4%)·프랑스(7.8%) 정도다. 프랑스는 워낙 산별노조가 발달한 탓에 노동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은기 정책국장은 “노조 결성 조건을 유연화해서 조직률을 올리는 것이 고용부의 역할이다. 다른 정부 부처와는 달라야 한다. 노조를 탄압하는 데 앞장선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근 교수도 “고용부가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법을 고치려는 노력 없이 실정법만 엄밀하게 적용하려고 한다면 노사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교조를 지지하는 각계의 의사표현도 이어졌다. 특히 평소 노동문제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조계종이 성명을 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25일 낸 성명에서 “정부의 전교조 지위 상실 행위는 역사적으로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 노조를 탄압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상생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진정심을 바탕으로 한 대화나 설득 없이 일방적인 법률적 판단만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정부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는 국제사회에 이번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을 계속해서 호소할 예정이다. 우선 27일부터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오이시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이사회 회의에서 오이시디 회원국에 걸맞은 국제적 책무 이행을 요구하는 긴급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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