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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파업이 재난’이라는 안행부

등록 2014-04-24 20:12수정 2014-04-24 20:43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보며 재난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전행정부는 한국재난안전기술원에 3500여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맡겨 지난해 12월에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받았다. 문제는 상황 인식이다.

보고서는 재난을 크게 자연재난, 인적 재난, 사회적 재난으로 나눴는데 사회적 재난을 이렇게 정의한다.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기능 마비와 전염병 등으로 발생되는 피해 또는 개인 혹은 집단의 정치·종교·이념 등 목적 달성을 위해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파업, 테러나 폭동, 데모 등의 대규모 군중 사고를 말한다.”

헌법 33조가 단결권·단체교섭권과 함께 노동자의 권리로 명시한 파업(단체행동)권을 테러·폭동 따위의 범죄적 행위와 한 코에 꿴 것이다. 데모(시위)도 마찬가지로 헌법적 권리다. 안행부 관계자는 24일 “2003년 물류대란 당시 산업이 마비돼 그건 사회적 재난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 5억4000만달러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2000년 금융노조 총파업과 2003년 조흥은행 파업 때는 “국민 불편”이라는 피해가 났다고 했다. 누군가한테 재산상 손해나 불편을 주지 않는 파업은 없다. 헌법 문안을 만든 이들과 최종 입법권자인 국민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민주주의 시행 과정에서 치러야 할 불가피한 대가로 인식하고 지금의 헌법을 만들었을 터다.

전종휘 기자
전종휘 기자
재난은 국가가 그것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예방·대응·복구해야 하는 사건·사고다. 파업을 예방한다며 정보경찰이 사실상 노조 사찰에 나서고, 쌍용차 사태 때처럼 경찰이 몽둥이 들고 노동자를 때려잡으며 대응하는가 하면, 그것을 복구한다고 정부와 회사가 나서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나서는 현실이야말로 ‘사회적 재난’이 아닐까 싶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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