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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사 윈윈 어떻게 가능한가

등록 2014-06-27 19:59수정 2014-06-27 21:12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에 항의방문하러 가자 경찰이 길을 막고 제지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에 항의방문하러 가자 경찰이 길을 막고 제지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국 사회가 대립과 갈등의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교육계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생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 ‘사회통합적 고용노사관계를 위한 개혁 과제’…. 최근 노동연구원이 주최한 ‘신고용노동 비전·전략 워크숍’의 주제들은 노사의 당면 과제를 잘 보여준다. 노사가 대립에서 협력·공생의 관계로 바뀌지 않으면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통상임금 등 3대 쟁점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변화와 맞물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도 노사 이견으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본격적인 임단협 시즌을 맞아 폭탄을 짊어진 불안한 형국이다. 경제5단체 중 맏형 격인 대한상공회의소가 때맞춰 노사 협력을 내걸고 경영계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나름의 해법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양대 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놨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긍정평가는 한두 줄에 그치고, 대부분은 ‘임금체계 개악 노림수’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비판으로 채워졌다.

선진국에서는 노사가 국가위기를 맞아 협력한 사례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노사정은 1982년 경제위기 속에서 ‘바세나르협약’을 맺었다. 노동자는 임금 인상 자제를,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제 근무 활성화(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12%를 넘던 실업률과 20%에 육박하던 청년실업률이 절반으로 낮아졌다. 두자릿수의 임금상승률은 5% 밑으로 떨어졌다.

독일은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대량실업의 위기를 맞자 노사정 합의로 ‘노동시간 단축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노사는 감원 대신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했고, 정부는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보전했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숙련 인력을 유지함으로써 경기 회복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노동자는 일부 임금은 포기했지만 일자리를 지켰다. 노사가 윈윈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드물지만 희망의 사례가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부터 장시간·심야노동 철폐를 위해 근무 방식을 기존의 ‘10시간+10시간 주야 맞교대’에서 ‘8시간+9시간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면서 타협을 했다.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을, 사용자는 종전 임금의 보전을 이행했다. 노동자는 일은 덜 하면서 임금은 줄지 않았다. 회사는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노사 협력을 위한 발판까지 덤으로 얻었다.

노사 협력이 이뤄지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대원칙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자랑하는 독일은 국민 모두가 먹을 수 있도록 경제 전체의 파이는 최대한 키우되, 그 파이를 공정하게 분배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성장과 분배의 병행’을 원칙으로 삼는다.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의 크리스토프 슈미트 위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타협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현대차의 경우도 결국 성장(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량 보전)과 분배(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를 병행한 사례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27일 합의안을 마련한 것도 서로 극단적 요구를 접고, 성장(성과급 유지)과 분배(기본급 도입과 노조활동 보장)에 대한 타협을 이뤘기 때문이다. 또 노사 협력을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회사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아가 경영참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노조도 합리적인 요구를 하게 된다. 노사 협력을 이룬 독일·스웨덴은 이미 노동자 경영참여를 제도화했다. 이제 노사 모두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각자의 해답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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