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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달픈 국민의 아우성을 폭력시위로 매도말라”

등록 2015-11-13 14:04수정 2015-12-07 10:53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려다 광화문광장 북단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박승화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려다 광화문광장 북단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박승화 기자
민주노총, 민중총궐기 불법 규정한 정부 담화문 반박
“사회혼란때 내리는 갑호비상령과 차벽이 민주주의냐
청와대 밀실·불통정치가 초래한 현실 먼저 성찰하라”
전국 10만여 노동자, 농민, 학생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중총궐기’를 하루 앞둔 13일, 정부와 민주노총의 ‘장외 기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내, “민중총궐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 지친 민중들의 아우성을, 폭력시위로 매도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부냐”는 것이다.

▶정부, 협박 담화문…교사·공무원·농민에 “사소한 위반도 엄중 조처”

민주노총은 먼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민중총궐기’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청와대 밀실에서만 이뤄지는 불통정치가 초래한 현실은 해고와 과로, 불안과 자살, 포기와 증오가 난무한 ‘헬조선’”이라며 “그 책임을 정부와 재벌은 성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중들이 스스로 일어나 말하지 않는다면 변화와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어 “국민의 기억을 지배하겠다며 국정교과서 역사 쿠데타를 감행하고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노동개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지구 반대편까지 걸핏하면 해외순방에 나서는 정성의 백만분의 일이라도 국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였다면 요란스레 관련부처 담화를 발표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방향으로 차벽을 설치하겠다는 경찰 입장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항의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은 극심한 사회혼란 상태에서나 내리는 갑호 비상령을 내려 민중총궐기를 폭력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맨손 시민들의 평화 행진을 청와대 인근이라며 무조건 막아서는 대응은 선진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합법적인 인도 행진을 경찰이 막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행진을 할 예정이라며, “민생과 노동기본권 보호, 역사의 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평화로운 발걸음으로부터 청와대를 경호하는 것이 민주주의냐”고 되물었다.

주요 대학 논술시험 등과 연관해 ‘교통지옥’을 강조한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쓴소리를 냈다. 수험생의 불편만 부풀리는 보도 태도는 매우 악의적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공교롭게 학생들의 논술시험과 날짜가 겹치게 됐지만, 다행히 논술시험을 치르는 12개 대학 중 11개 대학은 집회장소와 상당히 멀어 집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또 숙명여대 등 다수의 학교는 오전에 시험을 치러 오후에 열리는 민중총궐기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날 민중총궐기는 오후 2시께부터 서울광장·서울역·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 서울 각지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또 수험생 이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노총은 집회 참여 시민들한테 “혹시라도 주변에 불편을 겪는 수험생이 없는지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무엇보다 경찰은 평화로운 집회를 위헌 차벽과 병력으로 차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게 아니라 수험생 이동 지원에 집중하길 바란다”며 “진정 학생들을 위한 이동대책을 걱정하는 것이 경찰다운 책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민중총궐기를 보며 반성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 민영화, 그리고 노동개악까지,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10만여명에 달하는 민중들이 서울로 집결하는 민중총궐기를 보며 반성해야 할 것은 정부 여당”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기업에게는 온갖 지원책을 주면서 노동자에겐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을 강요하는 것이 노동개혁이냐”며 “정부가 노동개악 강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궐기는 12월 총파업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민중총궐기는 오후 2시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15 전국노동자대회’, 오후 2시 중구 태평로에서 열리는 ‘농민대회’,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리는 ‘생존권 쟁취 빈민-장애인 대회’, 오후 1시30분 대학로 방송통신대학교 앞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시민대회’,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등으로 서울 각지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오후 4시께 광화문 네거리로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 뒤집자 재벌세상! 민중총궐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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