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김종인 부위원장(오른쪽 셋째)이 한 위원장의 거취 관련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대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계사에 피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7일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낸 기자회견문을 통해 “너무나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천만 노동자의 소명을 차마 저버릴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기자회견문은 한 위원장을 대신해 민주노총 간부들이 읽었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개악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그러나 저를 구속시켜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며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곳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개악이 중단될 경우 조계종 화쟁위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며, 절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경찰에도 “신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청정도량이 될 수 있도록 조계사 내외 경찰병력의 철수”를 요청했다.
정웅기 조계종 화쟁위 대변인은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해 자진 출두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현안을 다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빨리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신도회 총회에서 한 위원장의 약속을 믿고 6일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황금비 기자
suji@hani.co.kr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김종인 부위원장(가운데)를 비롯한 지도부가 한 위원장의 거취 관련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대독하기 전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