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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고용지원 4700억 투입…원·하청 개선 근본대책 없어

등록 2016-06-08 19:15수정 2016-06-08 21:45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노조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노조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 조선업 고용지원대책

이달중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거제·울산에 일자리 희망센터 등
대부분 고용보험 틀 안 대책 그쳐 

실업급여 최대 두달 연장지급 검토
미가입 ‘물량팀’도 급여 받게 홍보
전문가 “노동자 목소리 반영돼야 실효”
지난 3월 경남 거제지역 조선업 노동자들이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한 지 석달 만에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골자로 한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을 8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들이 고용보험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실업대책에 그쳐 좀더 적극적인 고용유지 방안이나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하청·재하청 노동자가 중심인 기형적인 조선업 고용구조를 수술할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9일부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사를 진행한 뒤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이달 중 조선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4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땐 먼저 해고 대신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업체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한다. 일반적인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지원금 액수를 늘려, 중소기업의 경우 휴업수당의 3분의 2 지원을 4분의 3까지 늘리고, 대기업은 2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확대한다. 또 실직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최대 두달까지 더 받도록 하는 특별 연장급여 지급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관계부처·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심리상담·직업훈련·취업알선·금융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할 ‘조선 근로자 일자리 희망센터’(가칭)를 조선업 밀집지역인 거제·울산·영암 등에 설치하기로 했다. 숙련인력에 대해서는 조선 분야 설비투자 확대 국가(일본, 인도, 중동 등)로의 해외취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업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들로, 이미 상당수가 실직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물량팀’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선,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 제도를 활용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근로계약서·급여통장 등 임금을 받고 일한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만 있으면 최대 3년까지 피보험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이 제도는, 그동안 홍보 부족으로 1년에 이용자가 천여명에 불과했다. 고용부는 원청회사의 도움을 받아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출입 내역 등을 확보해 근무 사실 입증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를 위한 지역 고용센터의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실직자들의 전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받았던 직업훈련과 관련해서도, 노동자들의 전직 희망 업종과 직업훈련 수요를 파악해 내달부터 훈련과정을 확대하고, 훈련 인프라가 부족한 거제 지역의 경우 인근 지역으로 훈련 확대 개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 발표는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대책들은 어느 정도 아우른 것으로 보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특별고용업종 지정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처음인 만큼,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운영에 있어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을 전제로 한 대책에 방점이 찍혀 있고, 기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나 일시적이나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고용보험기금 틀 안에 머무른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투자를 통한 사업을 통해 경기 회복과 일자리 마련을 위한 대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할 때 기업과 노동자가 어느 정도까지 근로시간·임금 감소를 할지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뒤에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업의 원·하청 고용구조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업의 하청 중심 생산 구조인데 정부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해온 측면이 있다”며 “물량팀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고용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조선산업 인력 수요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정부가 나서서 조선산업 경쟁 국가들에 숙련인력이 취업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 조선산업 몰락을 재촉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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