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삼성 보고서 판결 논란’ 기사에
삼성전자 반박자료 내…하지만 진실은
①“모든 정보 제출했다” → 상당 부분 지연하고 제출 안해
②“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아야” → 이익 침해 안하면 돼
③“국회, 정당한 사유 없는 누설” → 국민의 알권리 충족
삼성전자 반박자료 내…하지만 진실은
①“모든 정보 제출했다” → 상당 부분 지연하고 제출 안해
②“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아야” → 이익 침해 안하면 돼
③“국회, 정당한 사유 없는 누설” → 국민의 알권리 충족
삼성전자는 <한겨레> 3월22일치 ‘고용부가 이미 국회 제출해 공개됐는데… 삼성반도체 보고서는 영업비밀 판결 논란’ 기사에 대해 “잘못된 전제로 판결의 취지를 왜곡”했다고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반박자료의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는 정부와 그 산하기관 등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출 받은 기관이 삼성의 지적 자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10월 국회에 해당 문서를 제출하면서 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당부하는 문구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의원과 사무보조자에 대해서도 감사나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국회의원)이 삼성의 지적 자산(영업비밀)을 외부(<한겨레>)에 공개한 것에 대해 항의한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박자료는 잘못된 전제로 <한겨레> 보도의 취지를 왜곡해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첫째, 삼성전자는 정부와 그 산하기관 등에 모든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죽고 4명이 다친 삼성전자 기흥·화성공장의 안전보건 상태를 진단한 종합진단보고서의 진단총평을 보면, “분야별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그에 대한 개선대책을 제시하고 하였으나 일부에서는 요청한 자료의 상당 부분이 지연되거나 제출되지 않아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내용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돼 있습니다. 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가스 등 유해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유해물질 누출기록 및 누출 시 조치사항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함” “반도체 산업과 같이 첨단 산업의 경우는 영업비밀이 포함된 물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이러한 물질 중에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는 법적관리대상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를 파악하고 관리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고 하고자 하였으나 회사 측에서는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함”이라고 지적합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도 비협조적입니다. 백혈병 등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과 관련한 산업재해 소송에서 법원이 문서송부촉탁에 이어 문서제출명령까지 내려도 삼성은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산재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서제출을 거부하다가 법원이 명령하면 마지못해 제출하는데, 그 자료도 일부로 제한했습니다. 지난해 6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기회의에서 “삼성전자는 생산공장에 (직업병과 관련한) 유해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고용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보고서를 제출하며 덧붙인 단서는 이렇습니다.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제3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붙임 자료 관리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제3자(삼성전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국회가 자료를 잘 관리해달라는 요청인데 삼성전자는 “제3자에게 유출하지 말라”는 당부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이 요청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법원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한 △생산공정 흐름도와 역할 △생산라인 배치도 △노동자 수 △장비·설비·시설의 종류와 개수, 사양, 작동방법 등 상세내용과 배치 현황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와 투입량 등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열람해 기사화한 내용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상 문제점입니다. 예를 들면 “급성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한 물질에 대한 성분 정보를 영업비밀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은 부적정함”“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물질유해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미흡했던 것으로 사료됨”“외부점검,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발굴하겠다는 자세보다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문제점 축소를 지향하는 왜곡된 문화가 상당히 강함” 등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삼성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영업비밀인지 삼성전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셋째,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를 합니다. 국정감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국회의원(강병원 의원)이 자사 정보가 포함된 정부 문서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누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3자(삼성전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에 충족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 자료의 공개 범위를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입니다. 국민 위에 삼성전자, 국민의 생명 위에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 있다는 오만한 태도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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