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여섯째)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함께 차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노총은 24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간담회를 6시간 앞둔 오전 11시30분께 불참을 선언하면서 “민주노총을 존중하지 않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새 지도부 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로 확대 해석될까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행사 참여자를 선정하는 행사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노동계 초청 행사를 준비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열흘 전에 노동계와의 만찬 행사 계획을 전달받았고 민주노총은 지난주에야 연락받았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에 “만찬 전 면담”을 요청했고, 이날 회동은 1부 대표자 간담회와 2부 만찬 행사로 나뉘게 됐다. 그러나 초청할 산별·개별 노조 12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을 통해 선정했다. 민주노총과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 민주노총은 애초 산별 노조 16개를 전부 초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부 만찬 행사는 거부하고, 1부 간담회 행사는 참여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조 대표를 전부 초청하면 50명에 달해 사실상 대화가 어려워져 추천을 부탁했는데 민주노총이 2부 만찬 불참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전날까지 산별·개별 노조를 계속 접촉하며 참석을 독려하자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내부 회의를 거쳐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이날 만남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와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등 산별 노조 대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등 미가맹 노조 대표 등만 참석한 반쪽짜리로 끝났다. 민주노총 산별노조 중에서는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청와대의 일처리가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5월부터 노-정 교섭을 요구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초청 행사에 불참하는 것을 두고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정 교섭을 외치면서 대통령과의 대화 기회를 거부한 것은 민주노총의 중대한 오류”라며 “노동계를 대표한다면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를 거부한 것은 중립적이거나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시각의 사람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새 정부가 영화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처음 인정한 것이어서 (영화 노동자를 대표해 대통령에게) 근로시간 특례, 포괄임금제 등 현장 폐해를 직접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는 험난한 여정이다. 우선 사회적 대화 공식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 대해 민주노총의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파견근로제 도입 문제로 1년 만에 민주노총은 탈퇴했다. 이후 노사정위는 독립성을 잃고 정부 주문에 맞게 ‘동원’되는 기구로 변질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시각이다. 이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는 것을 두고도 논쟁이 치열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사회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정부가 11월12일(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노동자대회)까지 구체적 입장과 실행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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