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1월22일 오전 베를린에 있는 독일통합서비스노조(베르디)에서 바르바라 주제크 ‘혁신과 좋은 노동국장’과 함께 ‘노동 4.0’ 논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일행과 함께 독일을 다녀왔다. ‘산업 4.0’과 ‘노동 4.0’ 과정을 살폈다. 산업 4.0은 디지털 기술을 생산공정에 접목한 제조업 혁신 정책을 말한다. 연방 경제·에너지부가 주도했다. 그러자 노동사회부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4.0 녹서와 백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산업 4.0에서 양질의 노동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을 찾으니 ‘경제 4.0’이란 개념을 내놓는다. 기술 중심적인 산업 4.0에 노동 4.0의 문제의식을 포괄한 용어다.
독일에선 4.0 논의가 홍수를 이뤘다. 서비스 4.0, 농업 4.0, 화학 4.0, 행정 4.0, 사회 4.0, 복지 4.0 등이다. 산업 4.0이 노동 4.0을 거쳐 각 부문에 ‘디지털화 대응’ 논의를 불러일으킨 양태다. 독일의 흐름은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정부 주도로만 이뤄지는데다 담론 논의 과열을 보이는 우리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정부는 얼마 전 21개 부처 합동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2년 최대 128조원의 경제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대 37만명의 일자리 창출이란 전망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선 노동의 질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추후 노동복지적 대응계획, 즉 ‘사회정책 4.0’이 잇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 조직노동의 참여 또한 이뤄져야 한다. ‘노동의 인간화’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4차 산업혁명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회정책은 외국 원조에 의존한 사회정책 1.0 시대(1948~1960), 제도적 생계보호의 사회정책 2.0 시대(1960~1999), 국민기초생활 보장의 사회정책 3.0 시대(1999~현재)를 거쳐 발전해왔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새 노동복지 정책인 ‘사회정책 4.0’이 나와야 할 때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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