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임기 3년이 겹치는 민주노총 새 위원장으로 김명환 전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선출됐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왔던 데 반해 이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노총 집행부가 바뀌면서 앞으로 노정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당선자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직선2기 임원 선거에서 기호1번 김명환 위원장 후보,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후보(현 민주노총 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 후보(현 건설산업연맹위원장)가 당선됐다고 29일 밝혔다. 김명환 후보조는 지난 22~28일 동안 32만8천여명이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21만6천여표(66%)를 얻어 8만9천표를 얻은 데 그친(27.3%) 기호2번 이호동 후보조를 누르고 당선돼 새달 1일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김 당선자는 당선인사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지지는 촛불혁명에 이은 노동혁명과 사회대개혁을 주도하고 완성하라는 간절한 염원과 새로운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라며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와 당당하게 교섭하고 반노동·반개혁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투쟁하라는 주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노동존중’을 표방하며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관계맺음할 것인가가 쟁점이 됐다. 김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배제하고 노·사·정·국회가 참여하는 ‘신 8인회의’라는 사회적 대화기구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사회적 대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대표를 자임한다면 노동의제에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면서도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정부가 꾸려놓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에 대해서도 “지난 촛불에서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릴 때, 부패의 한 축이었던 것이 바로 재벌”이라며 “재벌개혁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재벌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남을 요청해 물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특별 사면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된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만나 가장 먼저 한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겠다”며 “한 위원장 석방은 조직·진영논리가 아니라 인권·민주주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 문제로, 촛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에 나선 네 후보가 한 목소리로 말했던 것은 한 위원장의 석방이었고, 민주노총의 대표를 감옥에 가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새 집행부의 업무 시작하고 각 산별·지도부 모아서 한 위원장 석방과 관련한 대응을 결정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특정 정당이나 의견 그룹이 아닌 주요 산별노조 대표자들이 추대한 후보인 김 당선자는 철도노조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이끌었던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반대 파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파업은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등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이 파업으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새 임원진은 새달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임기 3년동안 사업계획을 밝히고, 다음날인 2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두번째로 치러진 직선제 선거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전자투표 오류로 1차 투표 기간이 하루 연장되고, 현장투표도 일부 투표소에서 재투표가 실시되는 등 선거관리 미숙에 따른 혼선이 끊이지 않았다. 1차투표 투표율은 52%로 무효를 간신히 면했고, 2차투표 투표율도 41.4%에 그쳤다.
이지혜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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