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인 2월8일 건군절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열병식이 남북관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창건 81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군사행진에서 사열하고 있는 모습.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남북관계의 해빙 흐름에 ‘건군절 열병식’이 변수로 떠올랐다. 다음달 8일 평양 인근에서 열릴 이 군사퍼레이드가 모처럼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남북관계를 다시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마련한 ‘2018 한반도 정세분석 워크숍’에서도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재단 이사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열병식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지난해 상황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운을 떼자,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열병식 자체를 도발로 보는 인식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라며 “열병식은 늘 있었다”고 말했다. “열병식이 도발은 아니지만 완성된 무기들을 보여주는 건 다르다”며 남북관계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재반박이 일자, 이번에는 “열병식 (논란)은 다음날의 올림픽 개막식이나 우리가 메달을 따는 순간 약화할 것”이며 “우리가 주력할 지점은 북과 미국의 접점을 만들어주거나, 이산가족 상봉으로 (화해 무드를)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또 다른 의견이 제시됐다.
김기웅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북한 리더십의 성격이 달라진데다 한반도가 국제문제화돼 우리의 선택에 여지가 별로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당면 목표는 긴장 완화의 방법을 찾는 것이지만 분단 고착화로 가는 상황도 깊어져 이제 통일에 대해 정면으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남북 간 민간교류는 국제사회 등의 여러 제재로 인해 여전히 막혀 있다”며 “민간 지원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통일부의 더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의 쟁론을 들으면서 시민의 통일관과 평화에 대한 태도, 대북 정서 등 남한 사회의 내부적 상황 변화가 덜 강조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장차 남북관계의 가장 핵심 변수일지 모를 요인들 말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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