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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 “삼성 반도체 ‘유해성 측정결과’ 공개”

등록 2018-02-18 17:58수정 2018-02-18 20:19

‘경영 비밀’ 이유로 거부해오다가
백혈병 사망 유족의 청구 판결 존중
삼성 “정부 결정사안” 반올림 “알권리”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 건강·인권단체 ‘반올림’이 삼성쪽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 건강·인권단체 ‘반올림’이 삼성쪽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백혈병으로 숨진 이 공장 노동자의 유족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고용부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던 자료다.

고용부는 18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백혈병으로 숨진 공장 노동자 고 이범우(당시 46)씨 유족에게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작업장 내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인자에 노출돼 있는지 측정한 결과가 담겼다.

이씨는 1986년부터 28년여동안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2014년 8월 백혈병으로 숨졌다. 이씨가 숨진 두 달 뒤 유족은 산재 입증을 위해 고용부 천안지청에 보고서를 공개하라 청구했지만, 천안지청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유족은 행정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가 항소심에서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1일 대전고등법원은 해당 보고서가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측정대상 노동자들의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반도체 노동자 건강·인권단체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직업환경의사)는 “이번 소송은 이씨의 유족뿐 아니라 많은 노동자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사업주나 정부의 무책임함이 노동자의 산재 입증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산재보험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앞으로도 산재 입증 등에 필요한 정보는 적극 공개해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를 위해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다.

한편 고용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자료에 대한 공개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삼성전자는 산업안전에 관한 자료를 고용부에 성실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박태우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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