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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앞으로 ‘주 52시간’ 이상 일 못시킨다

등록 2018-02-27 21:04수정 2018-02-27 22:47

300인 이상 사업장 7월부터
휴일에 일하면 ‘수당 150%’
국회 환노위 법개정안 통과
근로시간 단축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함께 손을 잡아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뒤편에 역대 환경노동위원장을 역임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진이 붙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근로시간 단축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함께 손을 잡아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뒤편에 역대 환경노동위원장을 역임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진이 붙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현재 68시간(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 52시간으로 줄었고,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된다. 사실상 무제한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했던 ‘노동시간 특례업종’도 큰 폭으로 축소된다.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여부에 관한 견해차로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법 개정이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주요 고비를 넘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새벽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개정안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의 핵심인 주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노동은 금지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주당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한 뒤,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고용부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행정해석해, 주 노동시간 상한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한 68시간으로 봐왔다. 하급심 법원이 이 행정해석을 부정하고,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며 수당도 150%가 아닌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2013년부터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거듭된 논의 끝에 나온 개정안은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지만,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아 휴일에 일할 경우 받는 수당은 150%로 규정된다. 여야 3당 환노위 간사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내용이 그대로 관철된 셈이다. 다만, 경영계가 요구해왔던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는 노사 합의가 이뤄진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5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도입되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1년 반 동안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공휴일 유급휴일화’다. 지금껏 대기업 등 일부 민간 사업장이나 공공부문에만 해당되던 이 제도가 민간에도 적용된다는 뜻이다. 법 개정에 따라 연간 유급휴일로 지정되는 일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15일 남짓이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대다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혜택을 입게 된다. 특히 공휴일에 연차를 내고 쉬어야 했던 노동자들에게는 15일의 연차휴가가 새로 발생하는 효과가 생긴다.

‘무제한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해,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꼽혀온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현행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특례제도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453만명(2016년 기준)에서 102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특례업종에 남게 된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관련서비스업·보건업도 근무가 끝난 뒤 다음 근무일까지 11시간의 연속적인 휴식을 보장하는 ‘일간 휴식’ 조항이 마련됐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강성태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변칙적인 근로기준법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주 52시간 상한을 여야 합의를 통해서 입법화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라며 “공무원의 휴일이었던 공휴일을 국민의 휴일로 바꾼 점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현재 중복할증을 받고 있는 사업장도 별로 없는데다,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대상 노동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저임금·미조직 노동자를 위해서 노동계가 대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560만명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이번 법 개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한계로 꼽힌다.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법정공휴일 유급휴일화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원래 노동시간 규제 적용 제외 대상인 탓에 52시간 상한 적용에서도 배제된다. 강성태 교수는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노동자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 노동자들에게 주 40시간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5개 특례업종에 적용하는 일간휴식 제도라도 적용하는 등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중복할증 적용과 특례업종 전면 폐지 요구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중복할증 불인정과 관련해 “휴일노동을 연장노동에 포함해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의 압도적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근거와 이유가 없다”며 “공론화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 야합으로 여야가 주고받기한 짬짜미 입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 단체들은 공휴일 유급화, 특례업종 축소에 대해서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휴일까지 유급휴일로 규정하면 영세기업의 부담이 크고, 특례업종을 줄이면 국민 불편 초래, 서비스 질 저하 등이 우려되는 만큼 보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이지혜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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