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회원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들이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에게 이 전 부회장의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작업환경보고서)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산재 신청자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태도를 거듭 확인했다.
9일 고용부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작업환경보고서는 일하다 질병을 얻은 노동자의 산재 입증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다. ‘영업상 비밀’이라 해도 노동자의 생명·신체와 직결된 정보라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산재 신청자와 언론 등의 정보공개 청구에 각 지역노동청이 삼성전자 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부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일일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대전고법은 지난 2월1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유족이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보고서 내용이 기업의 영업상 비밀이라 보기 어렵다며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적극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용부가 공개하기로 한 내용 중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 실태’와 ‘측정위치도’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처분을 중단해달라며 행정소송·심판을 냈다. 최근에는 산업부에 작업환경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이런 행위는 직업병 피해자 보상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은 2년 동안 법적 논쟁을 거쳐 작업환경보고서에는 삼성의 영업비밀이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고도 여론전을 펴고 있다. 직업병 피해자의 산재 입증에 필요한 정보공개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부가 온양공장 등 삼성전자 공장들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방침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온양공장과 나머지 공장은 공정이 다른데도, 온양공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판결이 났다고 해서 다른 공장 보고서까지 모두 공개하겠다는 것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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