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부장관, 금융노조 간부 강연서 발언 논란
고용부 “금감원이 직접 강도높게 조사하라는 뜻” 해명
고용부 “금감원이 직접 강도높게 조사하라는 뜻” 해명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한 노동조합 초청강연에서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기관의 성차별 채용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보겠다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김 장관은 거절 이유와 관련해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등은 관행이었는데, 과거 사례까지 들추면 크게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금감원)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맞지만, 이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강도 높게 조사하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23일 <한겨레>가 취재해보니,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1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여성위원회가 비공개로 연 ‘여성 리더십 포럼’ 초청강연에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금융기관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례를 모두 조사해보겠다며, 자신한테 이를 요청해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여러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 장관이 금감원의 여성 차별 채용실태 전수조사 협조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금융기관 혼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한 포럼 참석자는 “이걸(금융기관 성차별 채용 등 채용비리) 모두 조사하면 금융기관이 다 죽는다,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또다른 참석자는 “과거 잘못을 들춰내는 것보다 앞으로 채용비리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쪽에서도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던 건 맞지만 비공개 간담회인데다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를 붙이고 편하게 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의 성차별 채용관행과 관련해 “최대한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이 김 장관한테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해달라’고 제안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성차별 채용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에만 있다.
이에 김 장관은 “‘금융기관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요청해달라’는 김기식 전 원장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를 덮자는 뜻이 아니었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처벌이 약하니 금감원이 직접 실태조사를 벌여 형사법으로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금융기관 혼란’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전 정권의 과오에만 빠지면 한걸음도 못 나가니, 잘못된 점은 고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지난해 8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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