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최저임금제도 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려, 한 참가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풍자하며 분장을 하고 앉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뒤 여러 보수 언론과 경영계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다며 우려를 제기해 온 가운데, 실제로 다수의 사업주는 상용직 고용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오후 2시 한국노동연구원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를 열고 지난 1년 동안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토론회는 일자리 정책·최저임금 인상·노사관계·근로시간 단축·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 발제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3월까지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영계의 주장처럼 최저임금이 올라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최저임금의 역설’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1~3월 고용량과 근로시간에 미친 영향을 추정한 결과 최저임금 영향률·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고용 변동률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홍 연구위원은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사업체노동력조사·고용보험자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다수의 사업주는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최저임금에 대응하는 노동시간 사전조정이 시작되어 상용직 노동시간이 주로 줄어들었다. 임시직 노동시간의 감소폭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 1월에 다수의 사업주가 노동시간을 큰 폭으로 줄여 과잉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기존 수준으로 돌아왔고 조정폭을 줄여나가며 천천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사업주가 고용 인원을 줄이기보다 노동시간·고정비용 등 미세하게 조정이 가능한 방법을 선택한 결과다. 홍 연구위원은 “노동강도가 극대화되어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1명의 인원 감축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인원 조정보다 노동시간 단축·기타비용 절약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이 상용직 노동자 일자리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 연구위원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붙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용직 고용이 증가하고 임시·일용직 고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은 지금까지 임시·일용직이 이직이 잦아서 구인·교육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사용해왔지만,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지금은 차라리 상용직을 쓰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도 최저임금을 새로 도입한 2015년에 ‘미니잡’(월 450유로 이하를 받는 시간제 일자리)이 10만명 줄고 이 가운데 5만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순효과를 본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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