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최저임금연대 회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으로 1만원 즉시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노-정 관계’의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산입범위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태도인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국회가 산입범위를 일방적으로 확대하면 사회적 대화에 불참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고용노동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오전 댓글조작 사건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소위와 전체회의 모두 늦춰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핵심 쟁점은 정기 상여금과 숙식비 등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느냐 마느냐다. 주로 사용자 쪽에서는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맞춰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점에서 기본급과 큰 차이가 없는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3월 활동을 마친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산입범위 개편 등 여러 최저임금 제도 개선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으나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산입범위 개편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국회 환노위로 넘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정부와 여야는 11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본격 심의하는 6월 이전에 국회에서 산입범위에 대한 ‘교통정리’를 끝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근 만나 “5월 내 산입범위 개편 논의를 끝낸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인상폭과 연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다. 산입범위 개편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한 만큼 국회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여야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방적으로’ 확대하면 ‘사회적 대화 불참’도 불가피하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시 가동된 만큼 국회가 산입범위 논의를 주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21일, 한국노총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저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노-정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여러 노동 분야 전문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지만, 여야가 그 과정에서 이번 제도 개편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약속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저소득 노동자의 생계를 개선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분명한 합의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타협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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