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과 관련해 “목표 시점을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움직임에 이어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발언이 나오자, 노동계는 “공약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23일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국회 업무보고 때도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 연도에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와 김 부총리의 ‘속도 조절’ 발언이 잇따르자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여야는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연홍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을 이루려면 속도를 조절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조기에 달성해야 한다”며 “(김 부총리 발언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영세자영업자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김 부총장은 “영세자영업자를 위해서라면 임대료 인하 등 좀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축이다. 이 속도를 늦춘다는 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주행하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거나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결국 실질임금은 올리지 않고 명목상 임금만 올리려는 시도”라며 “사실상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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