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임이자 소위원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과 관련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밤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6층 고용노동소위 회의장으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이 속속 모였다. 지난 22일 새벽 아무런 결론없이 끝났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각당 간사가 먼저 협의를 해보겠다며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춰 소위를 시작했지만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소위 개회 시간에 맞춰 정의당 소속 심상정·김종대·윤소하 의원이 회의장을 찾았다.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큰 이견이 없는 가운데, 홀로 ‘산입범위 확대 반대’를 외치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여긴 어쩐 일로 왔느냐”는 질문에 심상정 의원은 “노동자들 걱정이 많으니까 왔지”라며 뼈있는 대답을 던졌다. 심 의원은 “지금 국회 밖에서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민주노총 800여명 조합원은 저녁 7시30분부터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밤 10시6분, 많은 취재진의 눈과 귀가 10평이 채 안되는 좁은 회의장으로 쏠린 가운데 소위는 참석 의원들의 모두발언조차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 회의를 시작했다.
밤 11시25분, 소위가 산회할 때까지만 해도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산회 뒤 문이 열리자 이정미 대표는 굳은 얼굴로 가장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착잡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회의장 밖으로 나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 이건 전혀 타협이 될 수 없다. 계속 (여당은) 상여금은 넣고 숙식비는 빼자고 하는데 그러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은 여전하다. 산입범위가 어떻게든 넓어지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 압박은 더 커질텐데 어떻게 합의가 되겠나”라며 회의장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여당 관계자도 “아무 것도 좁혀지지 않고 계속 쳇바퀴 돌 듯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 복도 상황도 심각했다. 국회방호담당관은 소위 진행 상황을 참관하려 방문한 민주노총 관계자 2명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청사관리 규정상 밤 11시가 넘으면 일반 방문자는 나가주셔야 합니다” 혹시나 노동계 의견을 소위에 전달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던 민주노총 관계자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노동자에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주노총 대표로 들어온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해야합니까?” 국회방호담당관은 끈질기게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실랑이 끝에 약간의 고성까지 오갔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민주노총 관계자는 결국 쫓겨났다.
새벽 1시께,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한 지난 21일 ‘합의 실패’를 만회하려는듯 소위는 바쁘게 돌아갔다. 임이자 소위원장(자유한국당)은 기자들을 만나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측면에서 소득으로 층을 두고 산입범위를 개편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될 수 있으면 합의 이끌어내고 싶은데 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벽 1시30분, 속개된 뒤에도 여러 의원과 보좌진, 고용노동부·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급박하게 회의장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귀엣말을 나눴다.
“이런 법안은 또 처음보네” 진통 끝에 만들어진 개정안 초안을 손에 든 한 여당 관계자가 혼잣말을 내뱉았다. 정기 상여금 산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의 산입여부와 포함방식을 두고 여야간 의견이 극명히 갈리던 가운데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충안을 반영한 개정안이 나왔다.
새벽 2시5분께, 임이자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회, 그리고 강행 처리.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장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뭐 이런 의결이 다 있어”라며 언성을 높였다. 뒤이어 나온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다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새벽 2시25분께,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민주노총은 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직전 해산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오전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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