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삭감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법이 바뀌어 내년부터 한해 100만원 안팎의 돈을 사실상 ‘뺏길’ 처지가 된 탓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씨의 연소득은 2천만원 남짓이다.
김씨가 올해 받는 기본급은 164만2718원이다. 여기에 월 통상 근로시간(올해까지 243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최저임금(182만9790원) 미달분 18만원을 ‘최저임금 미달 보전금’이라는 이름으로 받아왔다. 급식비(13만원)와 교통비(6만원) 등 복리후생비는 따로 계산됐다.
이번 법 개정으로 김씨의 월급에서는 8만원씩(올해 기준) 빠져나가게 됐다. 내년부터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기본급과 ‘월 최저임금’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보전금도 그만큼 감소한다. 바뀐 최저임금법이 그의 ‘실질임금’을 깎아버린 셈이다. 김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형편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의 집계를 보면, 김씨처럼 낮은 기본급을 ‘보전금’으로 메워왔던 교무실무사들은 1만4천여명에 이른다. 이들 학교 비정규직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직군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매달 기본급 157만원에 복리후생비 20여만원을 받는 연소득 2100만원 정도의 노동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한해 108만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학비노조는 김씨 같은 교무실무사뿐 아니라 영양사, 사서 등 또 다른 학교 비정규직도 복리후생비의 최저임금 산입으로 연간 80만원 안팎의 ‘손실’을 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연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 가운데 최대 21만6천명의 기대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손에 잡히는 확실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어서 이들 직군이 이번 법안의 최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어떻게 되든, 이들의 기대 이익 감소분을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희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완료되는 2024년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이 한해 최대 수백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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