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금속노조·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하청업체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가 대리점 소속 판매사원의 노동조합 활동 방해에 직접 개입했다면서 정몽구 현대차 대표이사 등을 고소했다.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는 대리점 대표를 통해 노동조합 간부 해고를 지시하고 대리점을 강제폐업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고 밝혔다. 이날 판매연대지회는 정몽구 대표이사와 박한우 기아차 대표이사 등 현대·기아차 임직원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판매연대지회가 확보한 녹취록을 보면, 다수의 현대·기아차 대리점 대표는 공공연하게 ‘본사(현대·기아차)의 압박’을 언급하며 판매사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압박했다. 경기 안산의 현대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김선영 판매연대지회장은 2015년 8월 노조를 꾸린 뒤 대리점 대표로부터 “본사에서 압박이 심하니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로부터 한달 뒤 대리점 대표는 “본사에서는 문 닫으래요. 제가 왜 문을 닫아야 합니까? 여러분도 여기서 나가면 이제 끝입니다. 낙인이 찍혀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회장이 계속 출근하자 현대차 본사는 해당 대리점 감사를 실시했고 이듬해 1월 대리점은 실제로 폐업했다.
경기 의정부의 한 대리점 대표도 2015년 9월 직원들에게 “본사에서 (조합원) 전원 색출해서 조처를 하려는거 같은데, 혹시 (노동조합)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탈퇴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탈퇴하지 않자 이듬해 7월 이 대리점은 폐업했다. 조합원 10명에 대한 고용승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일은 전국의 현대·기아차 대리점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리점 15곳에서 일어난 일이 검찰 수사나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를 거쳤고, 일부는 대리점 대표가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판매연대지회는 “노조가 결성된 뒤 3년여 동안 대리점 8곳이 폐쇄되고 1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김선영 판매연대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대리점 노조 탄압과정은 삼성전자서비스와 매우 흡사하다. ‘진짜 사장’인 현대·기아차가 자신의 사용자성을 감추려고 지시 전달자에 불과한 대리점 대표를 이용해 노조를 탄압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쪽은 “본사는 대리점 대표한테 노동조합 관련 지침을 내린 적이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 현재는 대리점 대표의 녹취록만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공식 조사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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