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폐기 촉구 과로사 아웃(OUT) 대책위’ 기자회견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시정기간을 최대 6개월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기업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20일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을 두고 사업주를 계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로감독이나 진정 처리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교대제 개편·인력 충원 등 장시간 노동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우선 3개월을 ‘시정기간’으로 정해 시정조치를 하도록 유도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3개월의 시정기간을 더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보였다면 조사 과정에서 이를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용자를 처벌해달라고 노동자나 제3자가 요청해 왔을 때 처벌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일종의 사법권 침해로 불가능하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했다면, 조사 과정에서 이를 감안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52시간 법 위반은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사안(위반하면 사업주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이라 말 그대로 아무 처벌도 하지 않는 ‘계도기간’ 설정은 불가능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사업주의 조처 내용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의 연착륙’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개월의 ‘계도기간’을 설정하자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경영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노동계는 이번 정부 조처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주52시간 문제는 휴일 중복할증 등과 관련해 10년 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시행을 불과 열흘 남기고 ‘계도기간’을 언급한 것은 기업들에게 ‘법을 안지켜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경영계의 요구는 바로 수용하고 노동계의 요구는 일관되게 무시하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비롯해 후퇴하는 여러 노동 정책의 하나”라고 봤다.
주52시간 시정기간 부여와 관련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이 긍정적 효과를 발현하면서 현장에 안착하려면 사업주가 노동시간 단축을 지켜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중점을 두고 계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