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러 차례 약속한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은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포괄임금제라는 임금지급 방식은 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법원 판례로만 조건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70년대 이후 포괄임금제를 기업의 관행으로 인정해왔다. 2010년대부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법원도 점차 ‘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확립된 판례를 바탕으로 보면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와 ‘사용자와 노동자가 명시적으로 합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포괄임금제의 성립 조건을 ‘노동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한 대법원 판결은 2010년 5월에 처음 나왔다. 대법원은 한 대학의 경비원이 포괄임금제에 반발해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감시·단속적 업무처럼 노동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 계약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서 노동시간을 명시하고 있거나 출퇴근 및 휴게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면, 노동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최근 대법원은 2017년 5월 복지시설 사회복지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지도 업무는 노동시간 전부가 실제 노동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동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에 대한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도 까다롭게 판단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법원은 노동자가 포괄임금제로 책정된 임금을 받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노사간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10월 대법원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포괄임금제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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